"폭력의 메커니즘, 끈질기게 들여다봐야"

조철 북 칼럼니스트 입력 2021. 9. 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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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속의 삶, 삶 속의 죽음에 언제나 관심이 있는데, 글을 쓰다 보면 죽음에서 삶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둠에서 빛으로 가고 있는 자신을. 내 안에 생명이 있기에 식물처럼 자연스럽게 빛으로 이끌리는 것 같다. 빛이 없는 경우라면 잠시 성냥불을 당겨 빛을 만들어서라도 나아가는 일이 글을 쓰는 행위라는 생각을 이즈음 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들, 특히 제노사이드 같은 일은 과거의 것으로만 머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일들이 스스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묻고 있으니까. 우리가 인간인 한, 인간으로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세계를 해석하고 앞날을 향해 발을 내딛는 한 그 일들은 언제나 무서운 질문으로서 우리의 현재와 이어져 있다. 이 소설은 그 질문을 더듬어서 당시 제주도에서 벌어졌던 '절멸'의 시도를 들여다본다. 불과 70년 전에 3만 명의 민간인들이 학살당한 그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 절멸과 혐오의 메커니즘은 긴 역사에 걸쳐, 전 세계에 걸쳐 인간들이 반복해 경험해온 것이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으며 언제나 미래의 가능성으로서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끈질기게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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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제주 4·3'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펴내

(시사저널=조철 북 칼럼니스트)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332쪽 / 1만4000원

"죽음 속의 삶, 삶 속의 죽음에 언제나 관심이 있는데, 글을 쓰다 보면 죽음에서 삶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둠에서 빛으로 가고 있는 자신을. 내 안에 생명이 있기에 식물처럼 자연스럽게 빛으로 이끌리는 것 같다. 빛이 없는 경우라면 잠시 성냥불을 당겨 빛을 만들어서라도 나아가는 일이 글을 쓰는 행위라는 생각을 이즈음 하고 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한강 작가가 최근 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펴냈다. 70년 전 벌어졌던 '제주 4·3사건'을 중심에 둔 작품. 피 튀기는 비극적 역사를 되새기는 소설인데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선연한 이미지와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아름답게 다가온다.

70년 전의 사건이 현재에 던지는 무서운 질문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들, 특히 제노사이드 같은 일은 과거의 것으로만 머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일들이 스스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묻고 있으니까. 우리가 인간인 한, 인간으로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세계를 해석하고 앞날을 향해 발을 내딛는 한 그 일들은 언제나 무서운 질문으로서 우리의 현재와 이어져 있다. 이 소설은 그 질문을 더듬어서 당시 제주도에서 벌어졌던 '절멸'의 시도를 들여다본다. 불과 70년 전에 3만 명의 민간인들이 학살당한 그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 절멸과 혐오의 메커니즘은 긴 역사에 걸쳐, 전 세계에 걸쳐 인간들이 반복해 경험해온 것이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으며 언제나 미래의 가능성으로서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끈질기게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투와 존엄을 그려온 한강 작가의 문학적 궤적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니는 의미도 이처럼 각별하다.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를 빈다"고 말하는 작가는 소설의 제목에 대해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는, 끝까지 끌어안고 걸어 나아가겠다는 결의"라고 설명한다. 그 사랑은 아마도 마지막까지 사람과 삶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학살 피해자 유족의 마음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환하고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독자는 알게 된다. 그 사랑이 지극하고 간절한 만큼 그것은 무엇보다 무서운 고통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 언젠가부터 그의 새 소설 앞에서는 숙연한 마음이 된다. 누구나 노력이라는 것을 하고 작가들도 물론 그렇다. 그러나 한강은 매번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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