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시아마 감독 "여성 3대, 수직구조 아닌 동등함으로 바라봐"

강애란 입력 2021. 9. 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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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마망' 연출.."갈등보다 솔직한 마음 이야기하는 영화"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할머니와 엄마, 딸. 3세대에 걸친 인물들이 나오지만, 통상 가족 드라마에서 부각되는 엄마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절절한 모성애는 눈에 띄지 않는다.

셀린 시아마 감독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칸영화제 수상작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으로 차세대 여성 감독으로 주목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신작 '쁘띠 마망'은 세대에 걸친 모녀 관계를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시아마 감독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여러 세대의 이야기 다루려고 한 것은 맞지만, 위계질서나 서열을 강조하려고 한 것 아니다"라며 "수직적 구조를 무너뜨리고, 할머니, 어머니, 딸을 동일선상에 놓으려고 했다. 이들에게 동등함을 부여하려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와 함께 시골집에 내려온 8살 넬리가 숲속에서 엄마와 이름이 같은 동갑내기 친구 마리옹을 만나게 된 이야기다. 넬리는 마리옹이 과거의 엄마라는 놀라운 비밀을 알아차리게 된다.

'어린 시절 엄마를 만나면 어떨까'라는 상상력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는 시아마 감독은 넬리와 마리옹 역에 쌍둥이 자매를 캐스팅했다. 처음부터 쌍둥이 배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모녀 사이이지만 친구 같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나타내기 위해 자매로 관계 설정을 했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 엄마를 만난다는 것은 신화처럼 여겨졌어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를 개인적 관점에서 해석해보려고 했죠. 만약 저와 어릴 적 어머니가 만난다면 자매나 친구 같은 관계일 것 같다고 생각해요. 쌍둥이는 외모가 비슷하다는 사실보다도 같은 날 태어났다는 점에서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이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서로 만난 것이니 영화에 담고자 했던 수평적, 동등한 개념을 강조해준다는 느낌이 들었죠."

영화 '쁘띠 마망'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야기는 넬리와 마리옹이 친밀감을 느끼고 급격히 가까워지며 비밀을 공유하는 과정을 따라가는데,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이 없다. 으레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도전이나 좌절 극복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두 사람의 친밀감에 집중하는데 시아마 감독은 이를 어머니와 동 세대, 윗세대와의 유대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영화는 갈등을 기반으로 한 대화가 아니라 자기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을 믿고 툭 터놓는 대화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사회적으로 제약을 겪었던 과거의 모든 여성에 대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거리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의 작품들은 큰 사건이 벌어지기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을 바라보는 데 집중한다. '성장 3부작'으로 불리는 '워터 릴리스'(2007), '톰보이'(2011), '걸후드'(2014)는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 10대 청소년이 등장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들여다본다. 두 여성의 로맨스를 그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역시 전문 화가 마리안느와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의 내면을 쫓는다.

영화 '쁘띠 마망'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인공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것도 시아마 감독 영화의 특징이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여성들의 연대감으로 끌고 가는 그의 작품은 여성(female)이 연출이나 각본, 주요 배역을 맡은 영화인 'F'(female) 등급에 속한다. 최근에는 해외는 물론 한국에서도 F등급 영화가 많아지고 있는데, 시아마 감독은 앞으로도 여성들이 더 많은 여성이 영화 현장에 있어야 하고, 이런 변화가 지속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후 팬덤이 불면서 성장 3부작이 지난해 잇따라 개봉하기도 했는데, 시아마 감독 역시 이를 알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한국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관객들에게 감정과 에너지,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해요. 영화를 보면서 에너지가 느껴진다면, 그걸 굳이 거부하지 않고 충분히 만끽해주셨으면 좋겠어요."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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