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섭나..타격감 떨어질수록 커지는 '오타니 공포증'?[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이쯤되면 '오타니 공포증'이라고 부를만하다.
전반기 최고의 선수였던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는 부진한 후반기를 이어가고 있다. 타자로 전반기 84경기에 출전해 .279/.364/.698 33홈런 70타점을 기록했지만 후반기에는 59경기에서 .220/.372/.431 12홈런 25타점에 그치고 있다.
오타니는 8월 29경기에서 .202/.345/.404 5홈런 8타점에 그쳤고 9월에는 20경기에서 .203/.393/.344 3홈런 5타점을 기록 중이다. 월간 타율은 2할을 간신히 넘고 있고 장타도 두 달 동안 단 10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홈런왕을 향해 독주하던 것도 이제는 옛 말. 이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TOR), 살바도르 페레즈(KC)에게 홈런 숫자에서 역전을 당했다.
이렇게 부진한 후반기를 보내고 있지만 최근 오타니를 보는 상대 팀들은 공포에 질려있는 듯하다. 오타니를 상대로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 자체를 꺼려하고 있다.
오타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애틀 매리너스를 만난 최근 3경기에서 무려 11볼넷을 기록했다. 한 경기에서 4볼넷을 기록한 것이 두 번. 볼넷 11개 중 무려 4개가 고의사구였다. 2번과 3번 타순을 소화하고 있는 오타니는 중심타선 앞에 등장하는 선수지만 휴스턴과 시애틀은 '오타니를 상대하느니 중심타선과 만나겠다'는 태도로 오타니를 대했다.
한 달 동안 13홈런, OPS 1.312를 기록한 6월에도 오타니가 한 경기에 4번이나 볼넷을 얻어낸 적은 없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 코칭스태프들은 타격감이 절정이었을 때의 오타니보다 타율 2할을 겨우 기록하는 슬럼프 상태의 오타니가 더 두려운 듯하다.
타격감이 떨어진 타자가 스윙을 아끼며 공을 고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다만 타격감이 떨어질수록 고의사구가 늘어나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오타니의 월간 고의사구는 5월 1개, 6월 2개, 7월 3개였지만 8월 5개, 9월 6개로 급증했다. 마이크 트라웃은 5월 초 이탈했고 오타니 뒤에 등장하는 타자들은 6월이나 9월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오타니가 시즌 45호 홈런을 쏘아올린 뒤 3경기에서 볼넷 10개를 얻었다는 점이다. 원래 선구안에 큰 강점이 없는 오타니는 9월 첫 17경기에서 .217/.319/.367 3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17경기에서 기록한 볼넷은 8개 뿐이었다. 체력 저하와 함께 패스트볼에 배트가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한 달 동안 노출한 오타니는 9월 들어 상대 투수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가 45호 홈런을 쏘아올리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메이저리그에 여전히 인종차별이 남아있다고 보고 싶지는 않지만 동양인인 오타니가 더이상 홈런을 쏘아올리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이 잦은 고의사구와 승부 회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투타겸업으로 이미 MVP를 거의 확정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오타니에게 홈런왕까지 허락할 수는 없다는 것일 수도 있다. 오타니는 현재 홈런 공동 1위인 게레로와 페레즈를 1개 차이로 추격 중이다.
어쩌면 인종차별보다는 오타니의 투타겸업 활약을 야구 그 자체에 대한 불경한 도전이라고 보는 것일 수도 있다. 10볼넷 중 7볼넷이 올드스쿨의 대명사인 휴스턴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지휘로 나왔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9월 15개 이상의 볼넷을 골라낸 13명의 타자 중 9월 타율이 0.250 미만인 선수는 오타니 뿐이다. 부진할수록 상대 투수와 벤치에 공포를 심어주고 있는 오타니가 남은 시즌 동안 과연 몇 개의 볼넷을 더 얻어낼지 흥미롭다.
한편 9월 25일(한국시간) 시애틀과 에인절스 경기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1점차로 리드한 9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시애틀 스캇 서비스 감독은 마무리투수 폴 시월드에게 오타니를 고의사구로 출루시킬 것을 지시했다. 시월드는 후속타자에게 2루타를 내줘 1사 2,3루 위기에 몰렸고 고의사구로 만루를 만든 뒤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해 세이브를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글러브와 공을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였다.
9회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1사 무주자 상황에서 고의사구를 지시한 것이 마무리투수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은 아닐까. 어쩌면 투수들은 오타니와 정정당당한 승부를 원하지만 감독들만 벤치 그늘에 숨어 승부를 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자료사진=고의사구로 출루하는 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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