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로 돌아갈 것"..거리서 맞은 '복직투쟁 500일'

조다운 2021. 9. 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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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00일이네요.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아시아나항공 기내 청소 등을 담당하는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부당해고 철회 농성'이 26일로 500일째를 맞았다.

김씨 등 해고노동자들은 지난해 5월 15일부터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아시아나 본사와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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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중'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김계월씨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원직복직 위한 공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6일 오후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 "벌써 500일이네요.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아시아나항공 기내 청소 등을 담당하는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부당해고 철회 농성'이 26일로 500일째를 맞았다.

최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농성 천막에서 만난 해고노동자 김계월(58)씨는 '500'이라는 숫자를 되뇌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곧 복직될 것이라며 서로를 다독여온 이들에게 농성 500일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 등 해고노동자들은 지난해 5월 15일부터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아시아나 본사와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작년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무기한 무급휴직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한 노동자 8명을 해고했다.

지난 1년 4개월간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해고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작년 7월 서울·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고, 12월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정을 유지했다.

사측은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법원도 지난달 20일 "사측이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김씨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6일 해고자들에게 밀린 임금과 위로금 500만원을 지급하는 대신 '복직 직후 퇴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해고자들은 거절했고 사측은 이튿날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김씨는 "수억을 준대도 보여주기식 복직은 하지 않겠다. 내 일터로 당당히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긴 투쟁 과정에서 해고자 8명 중 2명은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다른 2명은 그 사이 정년을 맞고도 농성장에 남아 있다.

해고노동자 김계월씨 [촬영 조다운]

500일을 버티다 보니 한계도 여러 번 찾아왔고,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다.

김씨는 "서울행정법원에서 이겼을 때 '이번 추석은 가족들과 보내겠구나' 생각했는데 회사가 항소했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허탈했다"고 했다.

그는 앉아 있을 때는 허리가 끊어질 듯 욱신거리고, 자리에 누우면 다리에 쥐가 난다. 매일 구호를 외치다 보니 성대결절 진단도 받았다. 김씨는 "의사가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 복직하기 전에는 그렇게 못 한다고 대답했다"며 웃었다.

김씨에게 아시아나케이오는 의미가 남다른 직장이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생긴 빚을 갚고자 쉰이 넘은 나이에 얻은 일자리였고, 노동자로서 자부심을 배운 일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독한 살균제로 기내 청소를 하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바쁠 때는 승객들이 남긴 기내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면서도 "힘없는 여성 노동자들이 모여 근로환경을 바꿔나가면서 뿌듯함을 느끼도 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해고노동자 복직을 위해 정부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원청인 금호문화재단이 복직을 뭉개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 정부라는 이름에 맞게 노동자들이 농성장에서 600일, 700일을 맞지 않도록 나서 달라"고 했다.

복직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 김씨의 답변은 소박했다.

"더운 여름에 청소일을 마치면 동료들과 인천공항 편의점에서 빨대 꽂은 캔맥주를 마셨어요.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보면서 '언니, 우리도 캐리어 끌고 여행 한번 가야지' 하면서 웃다가 헤어지고는 했습니다. 그때처럼 웃어보고 싶어요."

all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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