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바다세상Ⅲ](34) 힘이 불끈 피부미용까지..제철맞은 '바다의 우유' 굴
굴밥·굴무침·굴전·굴구이 등 바닷냄새 가득한 굴요리 일품
(통영=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육지에서 가을이 수확의 계절이라면, 바다는 해산물이 맛있어지는 시기다.
대다수 해산물은 바닷물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맛이 더 오른다.
영양분이 많아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 역시 가을부터 겨울철에 맛이 최고조에 이르는 수산물이다.
자연산 굴도 있지만, 우리나라 식당이나 가정에서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 굴은 양식 굴이다.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양식 굴이 생산된다.
전국 유일한 굴생산 수산조합인 경남 통영시 굴수하식수협(이하 굴수협)은 매년 10월 중순께 굴 초매식(初賣式·첫 위판)을 한다.
굴수협 본점이 있는 통영시를 중심으로 거제시, 고성군, 전남 여수 등 남해안이 전국 최대 양식 굴 산지다.
이곳에서 전국 굴 생산량 70%가 나온다.
지홍태 굴수협 조합장은 "1960년대 정부 장려사업으로 굴을 키우기 시작했다"며 "파도가 잔잔하고, 굴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 등 영양염류가 풍부해 남해안에서 굴 양식이 성공했다"고 말했다.
양식 굴은 굴 유생(굴 씨앗)을 굴 껍데기에 붙인 후 줄에 매달아 바닷속에 길게 늘어뜨리는 수하식(垂下式·드림식)으로 키운다.
인공적으로 채묘(採苗)를 하는 과정만 빼면 자연산이나 마찬가지다.
조간대(썰물 때 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지역) 바위에 붙어사는 자연산 굴은 썰물 때 몸체가 수면위로 나온다.
이때는 먹이인 플랑크톤을 섭취하지 못해 크게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항상 물에 잠겨 있는 수하식 굴은 24시간 내내 플랑크톤을 섭취할 수 있어 크기가 크다.
정삼근 굴수협 유통판매과장은 "자연산 굴이 단독주택에서 자란다면 양식 굴은 아파트에서 자란다고 보면 된다"고 자연산 굴과 양식 굴을 비교했다.
그는 "우유색 속살에 검은 테두리가 선명하면서 통통하고 진한 바다 냄새가 나는 굴이 나야 한다"며 싱싱하고 좋은 생굴 고르는 법을 소개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굴을 다양하게 즐긴다.
수산물을 날 것으로 즐기는 문화가 없는 서양에서도 굴 만큼은 생으로도 먹는다.
굴수협이 있는 통영시에는 굴 요리만 내는 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성수기에는 갓 수확한 양식 생굴을 쓰지만, 여름에는 냉동 굴을 재료로 쓴다.
단품도 좋지만, 굴회, 굴전, 굴구이, 굴무침, 굴찜, 굴밥이 차례로 나오는 굴 코스 요리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단, 생굴 회는 늦가을, 겨울에만 내고, 그 외 계절에는 숙회를 낸다.
굴전은 기본양념을 한 생굴을 달걀 물에 풀어지지는 요리다.
달걀의 부드러운 맛과 바다 내음 진한 굴 조합이 일품이다.
초고추장 양념에 껍질을 깐 알굴을 익히거나 생으로 넣어 무, 양파 등 갖은 채소와 무치는 굴 무침 역시 자꾸 젓가락이 간다.
껍질을 깐 알굴을 넣어 안친 돌솥 밥에 양념장을 추가해 먹는 굴밥도 질리지 않는다.
대표 굴요리로 껍질을 까지 않은 굴을 구워 먹는 굴구이가 빠질 수 없다.
경남 해안가 일대는 가을이 되면 굴구이가 성행한다.
거제시와 통영시와 가까운 창원시에는 여름에는 다른 해산물을 팔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굴구이를 한정 대표메뉴로 미는 횟집이 꽤 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저도와 이어진 지방도 1002호선은 해안가를 따라 '굴구이 로드'로 유명하다.
인기가 많은 집은 한겨울 성수기 주말이면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할 정도다.
갓 캔 싱싱한 생굴을 드럼통을 개조해 만든 커다란 쇠 구이판에 껍질을 까지 않은 채 한 그득 올려놓고 뚜껑을 덮은 후 20분쯤 장작불을 땐다.
20분쯤 지나 뚜껑을 열어 까먹기만 하면 된다.
뜨거운 굴 껍데기를 까서 촉촉하게 익은 통통한 굴을 꺼내 먹으면 짭조름한 바다 향이 입 안에 퍼진다.
굴구이 맛을 다 보고 나면 굴죽이나 굴라면이 기다린다.
양은 냄비에 금방 조리해 나오는 굴죽, 굴라면으로 입가심을 하면 최고의 조합이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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