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것이 터졌다, 전자발찌 무용론

서울문화사 입력 2021. 9. 26. 09:00 수정 2021. 9. 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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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도입 후 13년, 전자발찌는 또다시 무용론에 휩싸였다.

'222억원' 쓴 전자발찌, 재범 막고 있을까?

두 건의 살인 사건이 세간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고 출소한 지 3개월여 만에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해 살인을 저지른 강윤성의 이야기다. 강윤성은 지난 5월, 15년의 징역형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왔다. 그의 발목엔 전자발찌가 부착돼 있었다.

17살부터 56살인 현재까지 27년(실형 23년, 보호감호 4년) 동안 수형됐던 강 씨는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을 때 재범 위험성이 '높음'이었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에서도 '중간' 수치의 정신병질 성향을 지닌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는 일대일 보호관찰 대상이 아니었다. 두 건의 성폭행 범행을 저지른 14범의 전과자였지만 법무부 기준으로 성폭행 전력 3회 이상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만 일대일 보호관찰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강 씨의 살인은 예견된 범죄였다.

지난 8월 27일 강 씨는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전자발찌를 끊기 전날인 8월 26일엔 40대 여성을 살해했고, 전자발찌를 끊은 뒤인 8월 29일엔 50대 여성을 살해했다. 강 씨는 두 번째 살인을 하고 4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8시, 스스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찾아와 자수했다. 그가 타고 온 차량에는 두 번째 살인 사건 피해자의 시신이 실려 있었다.

지난 8월 31일 강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경찰서를 나서던 중, 몰려 있던 취재진을 향해 "보도나 똑바로 해라"라고 소리쳤다. 또 "피해 여성을 왜 살해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 대신 방송용 마이크를 왼발로 걷어찼고,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느냐"고 묻자 "내가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반성은 전혀 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당연히 반성 안 하지. 사회가 X 같은데"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9월 7일 강 씨는 "피해자분과 그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법무부, 스트랩 재질 강화 발표에 여론은 냉담

올해 법무부 전자발찌 관련 예산은 222억 1,5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35억 2,800만원이 증액됐다. 인건비를 비롯해 전자발찌 제작비, 통신비, 유지보수비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220억원을 넘게 들인 정책의 결과는 '전자발찌 살인범' 강 씨의 연쇄살인이었다.

전자발찌는 다시 무용론에 휩싸였다. 2008년 9월 도입된 이후 꾸준히 관리·감독의 허점이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최근 5년간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범죄자의 재범 건수는 292건이다(전자발찌 착용자 성폭력 재범 현황, 법무부, 2020). 재범률은(2015~2019년 평균) 2.1%로 미착용자 재범률인 14%보다 낮지만, 전자발찌가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자발찌 경보 중 외출 제한 시간 위반 등 수칙을 위반해 보호관찰소에 이관된 건수는 2만 3,923건으로, 월평균 약 3,417건에 달한다. 즉 비교적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가 매달 수천 건 발생한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강 씨처럼 전자발찌를 물리적으로 훼손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전자발찌를 훼손한 자는 2009년 도입 당시 1명에서 2019년 23명, 2020년 21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7월까지 13명이 있었으며, 현재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으나 검거되지 않은 착용자도 2명이 있다.

전자발찌 실효성 논란에 법무부는 지난 8월 30일 전자발찌 스트랩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자발찌 스트랩은 도입 후 우레탄, 스프링 스틸, 스테인리스스틸, 금속 철판, 얇은 철판 7개 순으로 변경됐다.

최근 법무부는 전과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 효과를 막기 위해 작고 가벼운 전자발찌를 제작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이뤄진 견고한 재질의 스트랩 도입이라는 대책은 '뒷북 대응'이자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일각에선 관리 인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현재 전자발찌를 착용한 전과자는 4,847명이지만 감시 인력은 281명으로, 1인당 17명을 관리하고 있다. 착용자의 외출 금지 시간인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1명이 100명을 관리한다. 다수의 범죄가 야간에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관리·감독 시스템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심이 든다.

또 전자발찌 감독 시스템의 사각지대도 드러났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의 경우 활동 반경을 거주지 2km 내로 제한하고, 피해자로부터 20m 반경에 있을 때 경보가 울린다. 그러나 전자발찌가 위치만 파악하기 때문에 착용자가 제한 지역 내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강 씨 역시 자택에서 1차 범행을 저질렀으며, 지난 7월에는 서울 동대문구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30대 남성이 미성년자를 자택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전자발찌 착용자 성범죄 재범 15건 중에서 8건이 자택에서 발생했다. 절반 이상이 자택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보호수용제·영장주의 예외 등 추가 제도 필요

전문가들은 전자발찌가 아닌 새로운 대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8월 30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서 "(강 씨의 살인 사건은)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대책이 효력이 있는지 근본적으로 의문을 갖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지리적 정보만 수집하는 것으로는 재범이 억제되지 않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보호관찰제도 개선 등의 추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

일부 전문가들은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 경찰과 특별사법경찰이 적극적인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영장주의 예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강 씨가 도주한 뒤 경찰과 보호관찰관이 강 씨의 자택을 5차례 찾아갔지만 영장 없이 강제 진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수색하지 못했다. 특별사법경찰은 강 씨가 도주한 당일 저녁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내일 오전에 청구되니 돌아가라"고 돌려보냈고 영장은 다음 날 오후 2시에 청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의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보호수용제 도입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보호수용제는 재범 위험이 높은 자들을 형기 만료 후 일정 기간 보호수용시설에 수용하는 제도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은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 성범죄자에 한해 출소 후에도 별도 시설에서 관리하는 보호수용제를 실시하고 있다.

야간 보호수용제 도입도 방법이다. 낮에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일상생활을 하되 야간에 보호수용소에 수형해 범죄를 막겠다는 것. 국내에서는 2010년, 2014년, 2016년 보호수용제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뤄진 바 있으나, 이중 처벌과 인권침해 우려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범죄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염려할 때마다 생기는 의문이 있다. 사망한 피해자들의 인권은 누가 보호해주는 것일까? '전자발찌 살인범'이 생긴 이후, 재범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자발찌, 재범을 방치할까요?'

2021년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117명의 <우먼센스> 독자가 응답했다.

1 '전자발찌 살인 사건'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57.9% 재범 방지 대안 필요

15.8% 경찰 등 국가기관의 무능력함에 화났다

15.8% 뻔한 결과다.

10.5% 국가기관 불신

2 전자발찌에 재범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나요?
YES 13.2% NO 86.8%

3 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나요?
42.1% 위치 추적만 가능하다.

36.8% 전자발찌 훼손이 가능하다.

13.2%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자택에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

7.9% 기타

_범죄는 인성 교육과 관련 있다.

_평생 가둬야 범죄를 막을 수 있다.

4 전자발찌 스트랩 내구성 강화로 재범을 막을 수 있을까요?
YES 5.3% NO 94.7%

5 어떤 방지 대책이 필요할까요?(중복 응답)
26.3%​ 범죄자 심리 치료 강화

21.1%​ 국가기관의 긴밀한 공조

15.8%​ 재범 고위험군의 외출 제한

15.8%​ 보호수용제 도입

5.3%​ 보호관찰 업무 인력 보강

2.6%​ 교화 시스템 개선

13.2%​ 기타

_24시간 감시 필요

_페미니즘 교육 강화

_화학적 거세, 무기징역·사형 등 처벌 강화

에디터 : 김지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일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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