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벤처투자,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2021. 9. 2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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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고대부터 황금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고, 중세시대에 연금술은 꽃을 피웠다. 흔한 금속을 완벽한 금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지속됐다. 연금술처럼 계속된 시도 중 하나가 만병통치약이다. 하나의 약으로 모든 병을 고친다는 개념은 매력적이다. 수은을 보약이나 화장품으로 사용하고, 석유를 만병통치약으로 팔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 증상에 효과를 보이는 약도 다른 증상에 사용하면 부작용을 일으킨다. 연금술은 불가능하고, 만병통치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액이 3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투자를 받은 기업 수도 최다였다.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기업도 60개가 넘었다. 유니콘이 탄생하고, 상장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제2벤처붐'이 실감날 정도로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벤처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창업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이유는 기업이 제공하는 사회적 효과와 기여가 크기 때문이다. 교육 프로그램, 창업 패키지를 만들고,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한다. 벤처투자 촉진을 위해 모태펀드는 민간 벤처펀드에 출자해서 투자재원을 공급한다. 기업은 사업모델이나 성장 단계·속도에 따라 다양한 '처방약'이 필요하다. 지원금이 효과적인 기업이 있고 교육·컨설팅 지원이 필요한 기업이 있다. 보조·지원금, 보증과 대출 그리고 투자는 상황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하면서 기업을 돕고 창업생태계를 강화한다.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벤처투자가 세련됐다는 생각이 만나면서 지방자치단체나 창업지원기관에서 벤처펀드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 됐다. 지자체에서 벤처펀드 출자사업을 추진하다 실패한 사례들이 벌써 나온다. 지자체가 벤처펀드 출자사업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 내 혁신성장 동력을 찾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벤처펀드도 좋지만 지역의 창업기업을 키우기 위한 최적의 방법부터 먼저 고민할 필요 있다. 투자를 받으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있고, 투자와 상관없이 천천히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도 있다. 후자의 기업은 투자가 아닌 다른 형태의 지원이 효과적이다.

벤처투자는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위험이 크다. 때문에 벤처캐피탈은 투자 전 다양한 검토를 한다. 투자금을 한정된 기간 내에 회수하므로 성장 속도가 빠르고 해당 산업에서 리더가 될 수 있는 기업만 고른다. 투자는 모든 기업을 위한 게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소수의 정예 기업을 위한 것이다. 투자하는 목적도 명확하다. 돈을 버는 것이다.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는 기업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업모델의 시장성과 성장잠재력, 우수한 인력 구성부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까지 창업기업 중 일부만 이런 조건을 통과한다. 그렇게 투자하고도 반 이상은 기대와 달리 투자손실을 낸다.

투자는 투자자의 욕심에서 출발하지만, 성공하면 투자받은 기업이 새로운 산업을 이끌면서 고용 창출과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 투자자는 소수의 기업을 엄격하게 선별해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다. 투자받고 성공한 기업은 혁신 산업의 리더가 돼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이끈다. 실패한 투자는 사회적으로도 손실이 된다. 투자는 다수의 기업에 뿌려지는 지원금과 다르다. 벤처투자가 유행처럼 퍼지면서 투자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기지는 풍조가 번지고 있다. 기업이 투자만 받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안다. 만병통치약을 찾던 선조의 노력은 실패했고, 연금술사들이 갈망했던 현자의 돌은 없었다. 투자가 적합한 기업에 투자를, 아닌 기업에는 다른 지원을 하는 것이 맞다. 투자는 투자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만 효과가 있는 처방약이다.

벤처투자는 계속 돼야 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투자받아야 하고, 투자가 모든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기업에는 투자가 약이 되지만, 다른 기업에는 독이 될 수 있다. 벤처투자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벤처 열풍이 불고 투자가 패션이 돼 가고 있는 지금, 한 걸음 물러서서 투자의 의미와 효과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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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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