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아이돌시스템 문제 등 한국 대중음악의 민낯 다뤘죠"

박준호 기자 사진=오승현 기자 2021. 9.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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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신화의 그림자 - 투올더뮤직키즈' 낸 강일권 대중음악평론가
활동 15년여만에 낸 첫 단독 저서
비판 의견 말하는 게 평론의 본질
앞으로도 책으로 생각 전할 것
강일권 대중음악평론가(K팝 신화의 그림자 저자)./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이 책이 K팝 아이돌 문화의 그림자를 다룬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목의 ‘그림자’는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K팝으로 대표할 수 있는 한국 대중음악의 위상 뒤에 있는 민낯을 뜻합니다. 요즘 국내에서 ‘K팝’이란 단어가 아이돌 팝과 상통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목의 의미를 다중적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강일권 대중음악평론가는 그간 힙합·소울 등 흑인음악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최근 ‘K-POP 신화의 그림자-투올더뮤직키즈’(안나푸르나 펴냄)를 내며 K팝을 정면으로 다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국 대중음악 전반에 깔린 문제의식에 가깝다.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강 평론가는 “최근 한국 대중음악 트렌드의 절반은 힙합에서 나오고, 아이돌 음악에도 적잖은 요소가 결부돼 있다”며 “갖은 논란의 근원을 따져보면 힙합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책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표절 등 저작권 이슈만 해도 힙합의 주요 작법인 샘플링과 직결되면서 사안이 복잡해졌고, 과거 표절 문제를 겪고도 ‘레전드’로 추앙받는다고 비판한 대상자들 대부분은 흑인음악 계열이다.

그는 이 책에서 여러 이슈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 이슈는 표절이다. 이에 대한 성찰이 없다 보니 과거 표절곡으로 인기를 얻었던 가수들이 레전드로 떠받들어지고 각종 방송·광고에 나오는 반면 진짜 전설이자 베테랑이라 할 아티스트들이 스포트라이트에서 소외된다. 그는 “요즘은 외국 작곡가가 직접 곡 작업에 참여하고, 레퍼런스를 참고하는 기술도 발전하면서 표절 논란이 터지는 일이 줄었다”면서도 “음악 시장이 작은 곳의 곡을 표절한 사례가 있었고, 샘플링과 표절의 법적 구분조차 모호하다. 문제는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최근 아이돌 사이에서도 직접 곡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표절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무심코 작업하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에 경각심 차원에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일권 대중음악평론가(K팝 신화의 그림자 저자)./오승현 기자

‘K팝 신화’를 창조한 아이돌 문화도 비판의 대상이다. 기획사들은 아이돌 그룹에 거액을 투자하는 만큼 실패의 위험을 줄이고자 멤버들에게 단체생활을 강권하며 외출·식생활 등을 제한하고 휴대전화를 금하기도 한다. 아이돌 사이에선 데뷔 시점 등을 기준으로 서열을 매긴 후 벌어지는 비이성적인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그는 “단순히 음악의 완성도나 퍼포먼스의 수준이 높아서 K팝이 성공했다는 전문가들은 이해도가 없거나 알면서도 외면한 것”이라며 전문가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K팝 성공시대에 이런 글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그는 “‘다들 좋다는데 혼자 왜 돌을 던지느냐’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만, 평론가로서 그런 건 괘념치 말자는 입장”이라며 “평론을 뜻하는 ‘크리틱’(Critique)은 비판적 의견을 말하는데, 그게 본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버터’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계기로 불거진 차트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는 “팬덤이 주도한 일이고, 변화의 여부는 전적으로 빌보드차트에 달린 일”이라며 “범법이 발생하지 않은 이상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소 ‘쇼미더머니’에 대해 ‘힙합 카스트’라고까지 표현했던 강 평론가는 책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간다. 그는 ‘쇼미’가 “너무 오랜 기간 음악을 왜곡하고 잘못된 지식을 전했다”며 “이 프로그램이 없었던 시절에도 좋은 곡과 무대가 많이 나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팬들에게도 심한 비난을 당하기도 했다. 팬들 상당수가 아마추어 래퍼이자 지망생이다 보니 그의 비판이 힙합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진 탓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그는 이번 책이 평론가로 15년 가량 활동하며 낸 첫 단독 저서다. 그는 “수 년 전 글에서 제기한 문제가 현재까지 바뀌지 않는 모습을 보고 책을 냈다”며 앞으로는 종종 책을 낼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준호 기자 사진=오승현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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