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아누팜 "韓서 치열하게 살던 나..알리와도 닮았죠"

이상서 2021. 9.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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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한국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버티던 제 상황이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든 '알리'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한국 작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인기 순위 정상에 올랐다. 1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영국과 프랑스 등 39개국에서는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아누팜 트리파티(34) 씨는 극 중에서 코리안 드림을 위해 한국에 왔지만 공장에서 사고를 당하고 임금도 받지 못해 궁지에 몰린 이주노동자 '압둘 알리'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아누팜 트리파티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이주노동자 '알리'역을 맡은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34) 씨. [본인 제공]

트리파티 씨는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에서 학생으로, 연극인으로 지내면서 날마다 버틴다는 생각으로 10여 년을 보냈다"며 "이제야 조금씩 인내의 결과가 보이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인도 뉴델리가 고향인 그는 2006년 연기와 노래를 배우면서 배우라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관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더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그에게 한 친구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국가 장학생 제도를 추천해줬다. 당시 인도를 벗어난 적이 없던 그에게 큰 도전이었다.

"부모님 몰래 입시를 준비하고 조심스럽게 한국에 가기로 했다고 하니 집안에서는 반대하셨죠. 그래도 합격했다고 하니까 뿌듯하셨어요."

그는 "인도 중산층 집안 출신인 아버지는 공부해 취직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하셨다"며 "아들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말처럼 내 고집을 꺾으시진 못했다"고 말했다.

2010년 한국에 와서 이듬해 한예종에 입학한 그는 언어와 음식 문제, 문화 차이 등 다양한 난관을 만났다.

긍정적인 성격 덕에 어려움이 닥쳐와도 웃으면서 견뎠고, 좌절하는 순간에는 '원래 계획대로 안되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달랬다.

그는 "인생에도 갈등과 역경이 있어야 드라마가 생긴다고 믿는다"며 "모국에만 있었다면 시야가 지금보다 좁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4년 영화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최근작 '승리호'까지 10여 편의 작품에서 조·단역으로 출연했고,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올랐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이주노동자 '알리'역을 맡은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34) 씨. [넷플릭스 제공]

그가 맡은 배역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다.

그는 "이런 인물들이 있어서 내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다"며 "한국 사회의 어둡고 슬픈 면을 많은 이들에게 알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슷한 배역이라 할지라도 평면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오징어 게임' 배역을 따낸 후에 관련 기사와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만났던 이유다. 오랫동안 육체노동을 한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체격을 키웠고, 높임말을 기본으로 쓰는 말투로 설정했다.

"극 중 알리는 온갖 역경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잘 살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라고 받아들였어요.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버티는 모습이 저에게도 담겨 있다고 봤죠. 한국에서 매일같이 '잘 버틸 수 있을지, 일이 없으면 어쩌지'하는 걱정을 놓은 적이 없었어요. 물론 웃음을 잃은 적도 없었죠. 알리처럼요."

작품이 인도에서도 인기 순위 정상을 다툴 정도로 화제에 오르자 가장 기뻐했던 이들은 가족이었다.

"어머니와 형제들 모두 자랑스럽다고 해요. '내가 하는 일이 좋은 일이 맞는구나' 확신이 들었어요. 다만 2017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도 보셨다면 좋아하셨을 텐데 너무 아쉬워요."

모교에서 연기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이제 논문만 남았는데 만만치가 않다"며 "그래도 한국 생활 11년 동안 오늘이 가장 행복하다"고 웃었다.

그는 "언젠가 외국인 배우 최초로 정통 사극에도 출연하고 싶다"며 "이방인이라는 한계를 깨고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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