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반도체 '혹한기' 오나..하향지표·전망 계속 나와

주성호 기자 입력 2021. 9. 26. 06:25 수정 2021. 9.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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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Q 메모리값 하락 전망..美장비업체 매출 8월에 첫 감소
"전방 수요 부진" vs "단기적 조정에 불과" 분석 엇갈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걸린 삼성 깃발의 모습/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꾸준한 수요 확대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가던 반도체 시장이 올 연말을 기점으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과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 격인 제조장비 시장 매출이 올들어 처음 하락한 가운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한국이 세계 1위 점유율을 갖추고 있는 메모리 시장에서도 가격 하락 예상이 연달아 나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대표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올 4분기 평균거래가격(ASP)이 직전 분기 대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품목별로 D램은 평균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PC용 D램이 최대 5~10% 수준으로 가장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3분기 5~10% 가격이 올랐던 서버 D램의 경우 4분기엔 전 분기보다 0~5% 정도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제품에 대해서도 올 4분기 ASP가 직전 분기와 비교해 0~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한국이 세계 시장 1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반도체 제품이다. 지난 2분기말 기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43.6%)와 SK하이닉스(27.9%) 매출 점유율을 합치면 71.5%에 달한다.

낸드플래시에서도 1위 삼성전자(34%)와 4위 SK하이닉스(12.3%)의 점유율 합계는 전체 시장 과반에 약간 부족한 46.3%에 이른다.

2021년 4분기 D램 제품 평균거래가격(ASP) 전망(자료=트렌드포스) © 뉴스1

반도체 업계에선 지난 8월부터 연달아 '메모리 고점론'이 터져나온 직후부터 올 연말 가격 하락은 예상됐던 수순이란 반응이다. 지난달에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올 연말 메모리 반도체 시장 하락세를 예고한 보고서를 내놓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올겨울 메모리 반도체에 '혹한기'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의 핵심 원인은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다. 트렌드포스도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재택근무 등으로 수혜를 입은 노트북PC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앞서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까지 이어진 글로벌 메모리 부진과 최근을 비교하기엔 '하락 사이클'이 다르다는 전문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8년 하반기 하락 사이클과 비교해 최근 하락 사이클은 공급부담이 제한적이고 전방업체들의 재고 수준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면서 "이번 조정은 코로나19로 인한 특이한 사이클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적으로 보면 반도체 사이클은 2.5년의 하락과 1.5년의 상승기로 구성된다"며 "최근 하락기도 2.5년 지속됐고 상승기로 진입한 지 0.5년 정도 됐으니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앞으로 1년 정도는 상승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는 오는 10월 발표될 월간 고정거래가격을 통해 드러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제품은 분기 간격인 3개월을 기준으로 변동성을 보여왔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D램 PC향 범용제품(DDR4 8Gb 1Gx8 2133㎒)의 월간 고정거래가격은 개별 분기 시작점인 Δ1월(5.26%) Δ4월(26.67%) Δ7월(7.89%)에만 상승세를 보였고 나머지 월에는 변함이 없었다. 결국 오는 10월 발표될 고정거래가격이 올해 4분기와 다가오는 2022년 메모리 시장 흐름을 예측해볼 수 있는 '시그널'이 될 전망이다.

경기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의 M16팹 전경(SK하이닉스 제공)/뉴스1

반도체 실물 시장의 가격 하락 전망이 연이어 제기되는 상황에서 업황의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장비업계의 매출 흐름도 최근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북미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의 지난 8월 전 세계 주문액 총합은 약 36억5000만달러(약 4조2888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37.6%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던 지난 7월과 비교하면 5.4% 감소했다. SEMI에 따르면 북미 반도체 장비 주문액은 지난해 12월 26억8080만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이후 지난 7월까지 매달 신기록을 갈아치웠는데, 8월에는 2021년 들어서 처음으로 '전월 대비' 주문액이 감소한 것이다.

아짓 마노차(Ajit Manocha) SEMI 회장은 "8개월간 이어진 월간 장비업체 매출 신기록이 중단됐으나 여전히 전년 대비로는 장비업계의 견고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장비 업체들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 제조사들의 장비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생산량 증가에 따른 공급 확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 대만, 중국의 설비투자가 급격히 증가해 향후 공급과잉 리스크는 잠재돼 있다"며 "2018년말의 가격 폭락도 2016~2017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과도한 설비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SEMI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팹 장비 투자액이 역대 최대 기록인 90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4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에는 올해보다 8% 늘어나 1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별로 한국이 300억달러로 투자 규모가 가장 클 것이란 분석이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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