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자발적으로 쓰레기 주워요" 전남대 청년들 '눈길'

이수민 기자 2021. 9. 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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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인근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청소를 하는 학생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쓰(수)레기를 줍는 이들'이라는 뜻을 가진 전남대 쓰레기 줍기 모임 '수줍이'들이다.

이어 "쓰레기를 줍는 활동은 우리가 시작했지만 많은 분이 도와주셔야만 더 나은 환경으로 개선할 수 있다. 모두가 할 수 있다"면서 "학교와 주민들, 학생들 모두 가끔만이라도 쓰레기를 주워주시면 좋겠다. 혹은 담배꽁초 버릴 때 불 끄고 버리기, 음료수 내용물 비우고 버리기만이라도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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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줍기 모임 '수줍이'..주 4회 모여 거리 청소
지난 24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만난 수줍이 회원이 길가에 있는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 2021.9.26/뉴스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인근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청소를 하는 학생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쓰(수)레기를 줍는 이들'이라는 뜻을 가진 전남대 쓰레기 줍기 모임 '수줍이'들이다.

학생들이 쓰레기를 주운 지는 벌써 1년째. 지난해 10월26일 <뉴스1> 기사 '한 달째 전남대 앞 쓰레기봉투 들고 나타난 20대들'이 보도되고도 이들의 활동은 꾸준히 계속됐다.

기자가 1년 만에 이들을 만난 건 지난 24일 오후 8시 전남대학교 후문 앞. 이날 역시도 한두 명의 학생들이 모여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잠시 뒤 하나둘 회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서로 인사를 하거나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굳이 말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비닐장갑을 끼고 묵묵히 쓰레기를 줍는다.

PC방과 술집이 즐비한 한 골목 앞. '담배꽁초 금지',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그 앞에 쪼그려 앉은 20대 커플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잠시 후 담배를 다 피운 커플은 꽁초를 두어 번 털어낸 뒤 바닥에 '휙' 던지고 다시 술집 안으로 들어선다.

그 모습을 포착한 수줍이 한 명이 재빨리 꽁초를 주워 봉투 안에 담는다.

"이 시간대에는 후문 앞 술집 거리가 쓰레기가 제일 많아요. 평일 오후에는 스터디 카페 앞이 많고요, 주말 새면 학교 기숙사 근처가…."

어디에 쓰레기가 많고 또 몇 시가 정점인지 등 마치 전문가처럼 익숙하게 술술 이야기가 나온다.

또 다른 수줍이 1명은 골목을 요리조리 살피며 차량 뒤와 건물 틈 등 비좁은 공간을 맡아서 청소한다.

이들은 주 3~4회 자발적으로 모여 청소한다. 음료가 반이 넘게 남아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잔부터 담배꽁초, 바닥에 진득하게 붙은 전단지까지 쓰레기는 다양하다.

각자 하나씩 들고 있는 대형 쓰레기봉투가 10분도 안돼 가득 찬다.

전남대학교 쓰레기 줍기 모임 수줍이 학생들이 다녀간 거리가 깨끗하게 변하고 있다. 청소 전(위)과 청소 후 모습. 2021.9.26/뉴스1

이들이 지난 쓰레기를 줍는 이유는 독특하다. 쓰레기를 쓰레기가 아닌 복이라고 여기기 때문.

회원들은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줍는 게 아닌 복이라고 생각하고 주워야 뿌듯하고 자의로 청소할 수 있다"며 "진짜 복이 맞는 게 청소하고 나면 행복해지고 잠도 잘 온다"고 입을 모았다.

활동 1년이 지난 만큼 룰도 변했다. 지난해 '번개 수줍이 활동'이 중심이 됐던 것과 달리 화·수·금·토요일 오후 8시로 정기 활동이 정해졌다.

한 회원은 "학교 내에 좋은 동아리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시간을 자주 내기 어렵다는 핑계로 바라만 봤었다"며 "(그러나) 추운 겨울, 비 내리는 여름에 우연히 길을 가다가 한두 명씩이라도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힘을 모으고자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수업이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지다 보니 번개가 어려워져 정기 활동이 생겼다고 들었다. (나 역시도) 바쁠 때는 20분 만이라도 와서 함께 쓰레기를 줍곤 한다. 더 많은 친구가 함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최근 학교 내 야외 잔디밭에 버려진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3개월째 활동 중이라는 김호현씨(26·생명과학기술학부 4학년)는 "오후 10시 이후로 술집 영업이 제한되면서 많은 학생이 야외 잔디밭에서 술과 음식을 먹고 배달 용기를 그대로 버리고 가 걱정"이라며 "나무에 비닐봉지를 매달거나 알림판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학교가 공공 시설물이다 보니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쓰레기를 줍는 활동은 우리가 시작했지만 많은 분이 도와주셔야만 더 나은 환경으로 개선할 수 있다. 모두가 할 수 있다"면서 "학교와 주민들, 학생들 모두 가끔만이라도 쓰레기를 주워주시면 좋겠다. 혹은 담배꽁초 버릴 때 불 끄고 버리기, 음료수 내용물 비우고 버리기만이라도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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