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 헝다부터 백악관 리스크까지..보릿고개 넘어가는 증시

권유정 기자 2021. 9. 26.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부채한도 협상 속 정치권 갈등 예상
차기 연준 의장 지명 관련 불확실성도
헝다 디폴트 우려..매크로 부담 요인

9월 마지막 주(27~10월 1일) 코스피지수는 미국과 중국 시장을 주시하며 박스권에서 움직이겠다. 미국 정치권의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 관련 리스크가 재차 불거지면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미국에서 물가 상승 부담을 완화해줄 만한 경제 지표가 나온다면 지수가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34포인트(0.07%) 내린 3125.24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간의 추석 연휴 기간이 끝나고 지수는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약 0.5% 하락했다. 국내 증시가 휴장한 사이 글로벌 증시는 중국의 헝다 그룹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로 연일 휘청댔다. 헝다그룹과 중국 금융당국이 나서서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며 충격은 일단락됐지만, 당분간 관련 변동성은 유지될 전망이다.

앞서 22일(현지 시각) 마무리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시장이 오는 11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선다는 연준 발표를 새로운 이슈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도표 상향 조정 역시 시장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점도표는 18명의 FOMC 위원들이 익명으로 제시한 금리 전망을 나타낸 표다. 경제 전망과 함께 연 8회의 FOMC 중 4번(3, 6, 9, 12월) 나온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 막바지 부채 한도 협상…파월 연임 여부도 촉각

최근 투자자들은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다. 연방 정부의 부채 한도와 인프라 투자 법안 등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협상이 불발될 경우 미 역사상 처음으로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다시 지명할 지 여부 또한 주요 관심사다.

앞서 미 하원은 21일 연방정부에 한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부채 한도 적용을 내년 12월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미국의 디폴트를 막을 수 있는 법안이 첫 관문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상원도 통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해당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하려면 60석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김영환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민주당은 예산 조정 절차를 사용해 민주당 단독으로 3조5000억달러(한화 약 4100조원) 인프라 투자와 부채 한도 증액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이는 공화당의 강한 반발을 살 수 있어 향후 미 정치권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조정 절차는 60석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규정을 우회하는 전략이다.

파월 연준 의장의 연임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하는 과도기인 만큼, 시장에선 연준 의장 교체가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연준의 통화 정책과 금융 규제 정책 등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안으로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연준 의장 지명자를 송부한다는 계획이다.

문남중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27일을 기점으로 국가 부채 한도 유예와 인프라 투자 법안이 결론을 맺을 가능성이 큰 만큼 결국 남은 숙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연준 의장 지명”이라며 “(파월 의장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성과, 옐런 재무장관의 연임 지지 의사 등을 고려할 때 파월 의장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 주 국내외서 주목할 만한 경제 지표로는 미국 8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가 지목됐다. PCE 물가는 연준이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8월 PCE 물가 및 핵심 PCE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로 각각 4.2%, 3.6%를 기록하며 7월보다 소폭 둔화된 결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던 물가 상승 부담을 덜어주면서, 코스피지수의 반등 시도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헝다그룹 리스크 中 매크로 부담 요인으로

중국의 헝다그룹 리스크는 계속해서 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겠다. 특히 23일에 이어 29일에는 달러 채권 이자 4750만달러(약 560억원)를 지급해야 하므로 헝다그룹 리스크가 다시 확대될 여지가 있다. 헝다 관련 이슈가 중국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의 대형 민영 부동산 재벌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의 선전 본사 사옥의 일부 층에 14일 밤 불이 밝혀져 있다. /연합뉴스

문 연구원은 “주거 안정이라는 사회후생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운 중국 공산당의 표적이 헝다그룹이 된 만큼 청산 또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중국 정부는 개별 기업 리스크로 인해 영향을 받을 전체 금융시스템 위험을 방어하는 정도로 대응책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9월 말까지 증시의 보릿고개는 지속될 것”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로 증시를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중국 주식시장 내 외국인 수급 동향이 헝다 리스크 확산 우려를 반영하진 않는 모습이다. 중국 본토시장 매매 동향은 상반기 대비 약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은 9월에도 월간 순매수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급히 빠져 나가기보다는 일단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수급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은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헝다 리스크가 중국의 경제 둔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중국 소비 증가율은 완연히 둔화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중국의 소매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에 그치면서 7월 8.5%와 시장 예상치 7%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디폴트로 인한 크레딧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급격하게 확산되진 않더라도, 매크로 측면에는 부담을 가중할 만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중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중 건설과 부동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14.5% 수준”이라며 “헝다 사태 이유 중 일부가 정부의 경제 구조 개선 의지라고 볼 때 관련 산업 위축 및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해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컸던 시기는 추석 연휴 기간에 지나갔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과 중국 관련 불확실성이 잠재적인 리스크인 것은 맞지만, 실제로 이런 리스크가 향후 국제 금융시장에 대형 악재로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한국 기업 실적의 피크아웃 우려가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동력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 하향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 이 요인이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코스피는 좁은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지속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향후 코스피지수가 3000~3300포인트(P) 구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주 예상 밴드는 3080~3180P으로 제시됐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