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대박"..'2000만원' 캐스퍼 도발 "경차, 언제까지 싼맛에 탈래" [세상만車]
국산 경차 최초 '2000만원대' 진입
작기 때문에 안전편의 더 공들여야
이유가 있다. 초보 탈출용 생애 첫 차나 세컨드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더 큰 차로 옮기기 전 '잠깐' 타는 차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결국 첨단 안전·편의사양은 언감생심이 됐다. 경차에 비싼 사양을 넣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저항도 심해졌다. 아니 심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운전에 미숙한 20·30대 초보 운전자들이 많이 선택하고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세컨드카이기 때문에 더 안전하고 더 편해야 하지만 '값싼 가격'에 '안심·안전·안락'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악순환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경차는 작아서 '불편'하다. 경차는 안전성이 떨어져 '불안'하다. 편의사양도 적어 '불만'이 많은 차다"는 인식이 생겼다.
사실 '20대 생애 첫 차용으로 제격' '가정주부용 세컨드카로 안성맞춤' '초보 운전자와 찰떡궁합'이라는 말도 싼값을 강요받는 경차의 한계 때문에 생겼다. 범용성이 부족하다 보니 스스로 소비자를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
경차는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는 아니다. 대당 수익이 5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브랜드가 안전·편의성을 향상시켜 가격을 올리자니 판매에 걸림돌이 된다. 상대적으로 큰 차인 준중형차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기본 모델 값에 육박한다. 그 가격이면 좀 더 돈을 보태 준중형차나 소형 SUV를 사는 게 낫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반대로 싼값을 유지하자니 수익성도 부족하고 불편·불안·불만 '3불'에 수요 창출도 어려워진다.
게다가 생애 첫 차 시장에서 준중형 세단에 이어 소형 SUV라는 강력한 경쟁차종이 등장해 경차 시장 규모는 계속 작아졌다. 내우외환이다.
여전히 경차를 타려는 소비자들은 있다.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도 적지만 돈은 된다.
또 '경차→소형차 또는 준중형차(세단·SUV)→중형차'로 이어지는 구매 사이클을 갖춰야 고객을 끌어들이고 유지할 수 있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아토스 단종 이후 19년 만에 선보이는 경차다.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현대차로부터 위탁받아 만든 1호 차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캐스퍼는 디자인이 공개된 뒤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전장×전폭×전고는 3595×1595×1575㎜로 경차 규격을 지켰다.
단단하고 다부진 차체 전면부에 독특한 분리형 헤드램프가 특징인 아이코닉한 스타일의 내·외장 디자인을 갖췄다.
파라메트릭 패턴의 전면 그릴과 후면 리어램프가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더하고, 액티브 모델(터보 모델)에는 원형 인터쿨러 흡입구, 메시 타입 그릴, 스포티한 디자인의 스키드플레이트를 적용해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뒷좌석 시트도 최장 160㎜ 앞뒤로 이동할 수 있고 39도까지 뒤로 젖힐 수 있다. 뒷좌석을 앞으로 밀면 301ℓ 적재공간이 생긴다.
디지털 편의성도 끌어올렸다. 동승석 전방에 USB 충전 모듈을 배치했다. 오픈 트레이로 수납 능력을 향상시켰다. 센터 콘솔은 없애고 기어노브를 대시보드에 탑재해 개방성을 강화했다.
캠핑이나 차박을 위해 길이 아닌 곳으로도 갈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모던 트림부터는 눈길, 진흙길, 모래길 등 주행조건과 노면 상태에 따라 구동력, 엔진 토크, 제동 등을 통합 제어하는 2WD 험로 주행 모드를 기본 탑재했다.
무엇보다 경차이기에 더 중요한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한 7개 에어백이 기본 적용됐다.
경량화 공법인 핫스탬핑을 주요 부위에 집중적으로 적용해 충돌 시 차체 변형을 최소화하고 고강성 경량 차체 구현으로 비틀림 강성과 평균 인장 강도를 높여 안전성을 확보했다.
지능형 안전기술인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보행자·자전거 탑승자)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차로 유지 보조(LF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전방차량 출발 알림 등을 경형 최초로 기본 적용했다.
모던 트림부터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교차로대향차)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포함된 현대 스마트센스를 추가로 선택·적용할 수 있다.
현대차가 사전계약 때 공개한 가격은 △스마트 1385만원 △모던 1590만원 △인스퍼레이션 1870만원이다. 풀 옵션을 선택하면 2000만원은 줘야 한다.
엔트리 트림인 스마트부터 지능형 안전 기술,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 및 4.2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 록 폴딩 등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을 대거 기본으로 갖췄다.
경차보다 큰 소형차나 준중형차는 '1㏄=1만원'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지만 싼 맛에 타는 것으로 여겨진 경차에는 이 인식이 여전히 힘을 발휘했다.
당연히 경차 최초로 2000만원을 줘야 하는 캐스퍼는 사전계약 때부터 더 심해진 가격 비판에 시달렸다.
현대차 임금 절반 수준인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하고 온라인 판매망을 이용해 생산·유통비용이 줄어들어 1000만~1500만원대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깨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안전·편의사양은 향상됐지만 경차와 찰떡궁합으로 여겨지는 무단변속기(CVT) 대신 구닥다리로 여겨지는 4단 변속기를 채택한 것도 가격 논란을 부채질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캐스퍼는 얼리버드 예약(사전계약) 첫날인 지난 14일 1만8940대(8시 30분부터 24시 기준)를 기록하며 새로운 인기 차종의 탄생을 알렸다.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한 사전계약이었지만 올해 생산 목표치인 1만2000대를 훌쩍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사전계약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2019년 11월 출시한 6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세웠던 1만7294대보다 1646대 높은 수치다.
경차를 싼 맛에 사는 게 아니라 비싸더라도 차별화된 디자인, 더 안전해진 성능, 더 편리해진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여기는 소비자가 많았던 셈이다.
캐스퍼는 오는 29일부터 공식 판매된다. 이때부터 사진과 제원표에 의지했던 평가가 구체화된다. 반짝 돌풍으로 끝날지, 제값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돌풍이 태풍으로 세력을 키울지가 결정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차급 캐스퍼가 얼리버드 예약 첫날부터 고객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경제성에 더해 디자인, 안전성, 공간성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상품성 때문"이라며 "한국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진행한 D2C(고객 직접 판매) 방식으로 구매 편의성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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