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완저우 3년만에 석방.. 미중 갈등 돌파구 찾을까
[경향신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24일 미국 법무부와 기소연기에 합의하면서 전격 석방됐다.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낸지 약 3년 만이다. 멍 부회장 체포 사건에 얽혀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수감 중이던 캐나다인 2명도 멍 부회장 석방 직후 풀려났다. 미·중 당국은 이번 합의에 대해 각자 환영을 표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 관련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대가로 그에 대한 금융사기 사건을 무마하는 기소 연기 합의를 이뤘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이 이날 공개한 합의 내용을 보면 미 법무부는 내년 12월까지 멍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연기하고, 특정 조건을 이행할 경우 내년 12월 사건을 기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에 따라 멍 부회장은 이날 화상회의 방식으로 법정에 출석해 화웨이 이란 사업에 관해 HSBC 은행에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기소에 대해서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며 자신은 무죄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은 기소 연기 합의에 따라 멍 부회장 범죄인 인도 재판을 기각하고 석방 명령을 내렸다. 그 직후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수감 중이던 캐나다인 2명도 풀려났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후 회견을 열고 자국민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이 석방됐고, 다음날 오전 캐나다로 귀환한다고 밝혔다.
멍 부회장은 미국의 요청으로 2018년 12월 밴쿠버에서 캐나다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미국 검찰은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홍콩의 위장회사를 활용,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화웨이 및 2개 관계회사와 멍 부회장을 지난해 1월 은행 사기, 기술 절취, 사법 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스페이버와 코브릭은 멍 부회장 체포 9일 뒤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스페이버는 지난해 8월 재판에서 ‘외국을 위해 정탐하고 국가기밀을 불법 제공한 혐의’로 징역 11년 및 국회 추방형을 선고받았다.
멍 부회장과 캐나다인 2명의 석방에 미·중 양국은 일제히 환영을 표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는 중국 당국이 2년 반 이상 독단적으로 억류됐던 캐나다 시민 마이클 스페이버와 마이클 코브릭을 석방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환영을 표한다”고 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멍 부회장의) 귀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멍 부회장의 2018년 체포와 가택연금은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 시절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번 합의로 멍 부회장이 풀려나고 캐나다인 2명도 석방되면서 미중 갈등 해소의 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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