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이번엔 대량 실점 악몽, 아직 안 끝난 조성훈의 혹독한 신고식

김태석 기자 2021. 9. 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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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포항)

이제 갓 데뷔전을 치른 수문장에게 K리그1은 무서운 정글과도 같은 곳인 듯하다. 아마도 포항 스틸러스 수문장 조성훈이 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데뷔전에서 실수로 멀티골을 내줬던 조성훈이 이번에는 더한 아픔을 맛봤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25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32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2-4로 패했다. 포항은 후반 34분 그랜트, 후반 37분 임상협이 각각 한 골을 만들어냈으나, 전반 21분 제르소, 전반 35분 박원재, 전반 37분 이정문, 후반 10분 김봉수에게 연거푸 실점하며 무너졌다.

이 경기를 앞두고 가장 시선을 모은 선수는 신예 포항 수문장 조성훈이었다. 지난 31라운드 울산 현대전에서 오세훈의 슛을 막지 못했고, 이동준에게 페널티킥을 내주는 등 당시 포항이 내준 실점에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경험했다. 혹독한 K리그 데뷔전을 치른 조성훈이 또 한 번 제주전에서 골문을 책임져야 했기에 과연 중압감을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해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울산전에서 실수를 한 걸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선수들과 내게 사과를 하더라. 나는 '미안해할 게 없다'라고 했다. '위로해줘도 의미가 없으며, 프로라는 건 나갔을 때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프로라면 이겨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라고 지난 울산전 이후 조성훈과 있었던 대화를 설명했다.

사실 김 감독에게도 별다른 수가 없다. 강현무는 현재 발목에 피로가 누적되어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성훈 이외에는 이준 골키퍼가 대기하고 있는데, 그 역시 K리그에서 실전을 뛴 경험이 없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조성훈을 믿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점은 포항 팬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일부 포항 팬들은 '강현무 쾌유, 조성훈 홧팅!'이라는 걸개를 내걸었다. 주전 수문장이 하루 빨리 복귀하길 바라면서도 공백기 동안 조성훈이 부디 잘 버텨주길 응원했다.

물론 제주에게는 이보다 더한 먹잇감이 없을 것이다. 남기일 제주 감독도 그 점을 숨기지 않았다. 남 감독은 "지난 울산전에서는 데뷔전이다보니 긴장했을 것이지만, 오늘은 두 번째 경기이니 다를 것"이라며 조성훈을 위로하면서도, "찬스가 났을 때 슛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는 경기 초반부터 전방 압박을 거세게 가하는가 하면, 적당히 거리가 주어지면 수시로 중거리슛을 퍼부으며 조성훈 골키퍼에게 부담을 줬다.

조성훈은 울산전에 이어 이날 제주전 전반전에 악몽을 꿨다. 전반 2분 후방 빌드업에서 패스 미스를 하며 위기를 자초하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조성훈은 전반 21분 제르소의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에 첫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힘껏 다이브를 했지만 막을 수 없었는데, 이는 조성훈의 탓으로 볼 수는 없다. 일단 박스 아크 진영에서 너무 쉽게 제르소에게 슛 각도를 내준 포항 수비진의 실책이 더 큰 원인이었고, 무엇보다 제르소의 감아차기 궤적이 너무 예리했다.

문제는 그 이후 상황이었는데, 제주에 내준 두세 번째 실점은 노련한 골키퍼였으면 제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대가 측면 공간으로 파고들 때 과감하게 전진하여 슛 각도를 줄이거나 커버링을 하지 못했다.

울산전 당시 이동준에게 페널티킥 파울을 내줬던 상황에서 트라우마가 남았는지 몰라도, 뒤가 불안해 전진 수비를 하지 못했는데 그 댓가가 너무 컸다. 특히 전반 37분 이정문에게 내준 실점 당시 강윤성이 박스 안 왼쪽 공간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을 때 과감하게 도전해야 했다. 도와줘야 할 수비수가 너무 멀리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순식간에 내준 대량 실점에 포항 선수들이 중앙에 모여 잠깐 회의를 나누는 모습도 연출되기도 했다. 후방이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느낀 듯한데, 그런데도 제주의 전방 압박과 수비수들의 엉성한 대처는 여전했다.

후반 10분 김봉수에게 내준 실점이 그랬다. 후방에서 빌드업하다 잘리면서 김봉수에게 완벽한 찬스를 내줬기 때문이다. 다만 이 실점은 조성훈의 책임으로 볼 수가 없다. 위험한 위치에서 김봉수를 너무 편하게 놔뒀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그랜트의 반응이 너무 굼떴다.

후반 막바지에 이르러 그랜트와 임상협의 득점으로 두 골을 만회하긴 했지만, 포항 처지에서는 전체적으로 후방이 너무 심하게 흔들리다 보니 뜻대로 승부를 풀어갈 수 없었던 경기였다. 문제는 주전 골키퍼 강현무가 돌아오기 전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향후 만날 상대들은 제주처럼 거세게 전방 압박을 가하며 경험이 부족한 포항 수문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다. 대안을 내놓기 매우 힘든 처지지만, 그래도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상위 그룹행을 넘볼 수 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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