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인사팀장인데" 업무 개입에 셀프승진까지..법원 "해고 정당"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곽용희 입력 2021. 9. 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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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인사그룹 총괄 담당자가 직위를 이용해 타부서 업무에 개입하고, 자신의 경력 산정을 부풀려 부정하게 '셀프승진'한 경우 해고사유가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력 수정도 "자신의 지휘를 받는 직원에게 경력 수정을 시킨 것은 스스로 지위를 이용해 부장으로 승진한 것"이라며 "인사 그룹 장으로 근무하면서 회사 직원들의 비위행위를 예방·감독하고 평가할 상급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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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부서 업무에 지인 업체 소개한 인사그룹장
거부 당하자 "굉장히 서운해, 알고계시라" 경고
자기 경력 부풀려 셀프승진까지
법원 "타직원 관리하는 인사담당자..
높은 청렴성 요구돼" 해고 정당 판결


기업의 인사그룹 총괄 담당자가 직위를 이용해 타부서 업무에 개입하고, 자신의 경력 산정을 부풀려 부정하게 '셀프승진'한 경우 해고사유가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인사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상급자에게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높은 윤리성과 청렴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함석천)은 지난 6월 10일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과거 여러 대기업을 다니다 삼성전자, 애플 등에 휴대폰 부품을 공급하는 B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해 인사를 총괄하는 그룹장으로 근무해 왔다. 

A씨는 2018년 회사 물류팀장에게 "지인이 하는 물류회사를 업체 선정에 고려해 달라"고 부탁했다. A씨가 선정을 요청한 업체들의 임원들이 물류팀장을 방문까지했지만, 회사 측은 검토 후 자격 미달로 판단해 다른 업체를 선정했다. 그러자 A씨는 물류팀장에게 전화해 "(방문한 임원은) 내가 이전 회사에 있을 때 아는 분", "내 입장이라면 기분 좋겠나"라며 지속적으로 업체 선정 변경을 요청했고, 물류팀 직원들에게도 수차례 반복해서 전화를 했다. 견디다 못한 물류팀장이 "계속 이러시면 제게 쓰라는 말 밖에 안된다"고 거절하자 A씨는 "예, 부담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며 "내 입장에서는 굉장히 서운하다는 것만 분명히 알라"는 경고성 발언도 했다. 

A씨가 경력을 부풀린 사실도 드러났다. 2018년 차장이었던 A씨는 2019년 부장 정기승진을 앞두고 승진을 위한 최소 경력이 16년(192개월)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자신의 경력이 15년 9개월로 이에 못미치자, A는 자기 휘하의 인사팀 직원에게 자신의 경력을 193개월로 수정하라고 지시한 후 부장 승진 후보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결국 A씨는 승진했고 이후 인사그룹장을 맡게 됐다. 

여기에 회사 업무용 차량을 출장을 가장해 개인 목적으로 차량을 사용했고 주말에도 운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결국 회사는 2019년 7월 인사위원회를 거쳐 A씨를 해고했다. 이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그룹장이 직접 담당하는 업무도 아닌 업무에 단순한 업체 소개를 넘어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서운하다'는 말을 들은 상대 직원은 인사와 관련해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여겼을 것이므로 이는 중대한 비위행위"라고 꼬집었다. A씨는 업체로부터 금전적인 이득을 취득한 바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지위를 이용해 타부서 업무에 압력을 행사했다면, 이와 관련해 경제적인 이득을 취했는지와 상관 없이 징계사유가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경력 수정도 "자신의 지휘를 받는 직원에게 경력 수정을 시킨 것은 스스로 지위를 이용해 부장으로 승진한 것"이라며 "인사 그룹 장으로 근무하면서 회사 직원들의 비위행위를 예방·감독하고 평가할 상급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징계 해고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A씨의 항소 포기로 이 사건은 1심에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인사 담당자에게 타직원에 비해 높은 수준의 근무윤리와 청렴성을 요구한 사례"라며 "특히 금전적 이익을 취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인사그룹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업체선정에 관여하려 한 것도 중대한 징계사유로 본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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