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만에 한국 첫 출시..'킹스맨 SUV' 타보니 "잘났어 정말" [카슐랭]
1948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 판매
지프 랭글러, 벤츠 G클래스 경쟁
영국 출신 '오프로더 전설'이 한국에 왔다. 랜드로버 디펜더다. 70년 넘게 한국과 인연이 없었던 4륜구동 SUV다.
에어백이 없는 치명적 단점과 배출가스 규제 때문에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며 2015년 단종됐다.
4년 뒤 디펜더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환생했다. 환골탈태한 디펜더는 72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국내 출시됐다. 롱바디 모델인 디펜더 110이다. 올해 6월에는 73년 만에 숏바디 3도어 모델인 디펜더 90이 국내 상륙했다.
디펜더가 출시되면서 국내에서도 '오프로더 삼각편대'가 비로소 완성됐다. 2차 세계대전 때 활약한 미군 지프 후손인 랭글러, 2차 세계대전 독일군용차 후손인 벤츠 G클래스가 벌이던 2차(車) 대전이 3차 대전으로 확전됐다.
지프의 섀시는 그대로 사용하고 로버에서 만든 엔진을 얹었다. 전쟁 이후 부족해진 철을 대신해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만들었다.
당시 디펜더 이름은 '랜드로버 시리즈Ι'. 이후에는 전장에 따라 숏바디는 랜드로버 90, 롱바디는 랜드로버 110로 불렸다. 랜드로버라고 하면 바로 디펜더를 뜻했다. 1989년 디스커버리가 나오면서 디펜더로 이름을 바꿨다.
디펜더는 '가는 곳이 길이다'라는 말을 만들며 사막과 아프리카 초원을 휩쓸고 다녔다. 덩달아 모험과 도전을 숭상하는 남자들의 로망이 됐다. 아울러 고상한 체 하는 영국인들이 만든 차답게 '신사' 이미지도 지녔다.
피가 난무하는 거친 싸움에서도 옷매무새가 단정한 영화 '킹스맨'의 해리 하트, '007'의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킨다. 지프는 킹스맨에 나온 '스테이츠맨'과 비슷한 이미지다.
외모는 '사각사각' 디자인으로 남성적이지만 투박했던 기존 모델보다는 더 고상해졌다. 곡선을 적절히 반영한 효과다. 그러나 정통 오프로더답게 선 굵은 직선과 볼륨감으로 근육질을 강조했다. 보닛에는 커다란 글씨로 '90'이 적혀있다.
앞에서 보면 위로 돌출된 보닛, 동그랗게 부릅뜬 눈을 닮은 LED 헤드램프, 꽉 다문 입을 연상시키는 수평 라디에이터,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사각형 그릴은 강인하지만 귀엽기도 한다.
옆모습은 면과 선을 줄이고 각진 실루엣을 적용해 깔끔하다. 짧은 전후방 오버행(차체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 사각형 휠 아치, 커다란 창문은 우람하면서도 강인한 남성미를 발산한다. 근육질 몸매를 단정한 슈트에 숨긴 킹스맨과 007을 연상시킨다.
뒷모습은 둥글게 처리한 모서리, 계단처럼 층을 둔 차체로 볼륨감을 강조했다. 차체 중앙에 자리 잡은 스페어 휠만으로도 오프로더 감성은 충분하다.
여기에 랜드로버가 새롭게 설계한 최신 알루미늄 보디 D7x 모노코크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전의 보디 온 프레임보다 3배 이상 높은 비틀림 강성을 갖췄다. 최대 3500㎏까지 견인할 수 있다. 짧은 오버행으로 오프로더에 적합한 접근각(31.5도)과 이탈각(35.5도)도 구현했다.
대신 쿠페처럼 2열 도어가 없는 3도어 형태여서 뒷자리에 탑승할 때는 불편하다.
앞좌석 센터페시아에는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카 빔을 적용했다. 기둥과 보를 노출시키고 볼트와 너트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건축 구조물과 비슷하다.
10인치 터치스크린에는 SK텔레콤과 공동 개발한 순정 티(T)맵 내비게이션이 탑재됐다. '수입차 고질병'처럼 여겨지는 불편한 길안내 시스템에서 탈출했다.
2열 탑승은 불편하지만 공간은 평균 체형 성인 3명이 탈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센터 터널은 낮고 레그룸과 헤드룸은 넉넉하다.
뒷좌석 좌석 양쪽 루프에는 가로로 직사각형 창이 있다. 개방감과 함께 다락방 느낌도 준다. 트렁크 용량은 297ℓ다. 숏바디 한계로 좁은 편이다.
차고가 높아 운전석에 탈 때는 손잡이 도움이 필요하다. 손잡이는 깔끔한 이미지를 위해 접혀 있다. 손가락을 넣어 꺼내야 한다. 후방 시야도 좁다. 2열 헤드레스트 3개와 스페어타이어 때문이다. 품격과 멋을 위해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는 암묵적 메시지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컴포트, 잔디/자갈/눈길, 진흙, 모래, 바위/암석으로 구성됐다. 자동차모양 아이콘을 눌러 화면을 터치하거나 다이얼을 돌려서 설정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높은 단상에서 내려다보는 뜻한 기분이 든다. 스티어링휠은 무거운 편이다.
컴포트 모드에서 저·중속으로 달릴 때는 오프로더의 거친 주행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과속방지턱도 텅텅 거리지 않고 무난하게 통과한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요란 떨지 않는다. 품위를 지키면서 무게감 있게 주행한다.
시승 도중 폭우가 쏟아져 물이 고인 도로를 중·고속으로 여러 번 통과했다. 미끄러짐 없이 안정감 있게 달렸다. 길이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서는 허리 바깥쪽이 오목하게 감싸준 시트가 요동치려는 몸을 잡아줬다.
와이퍼도 요란떨지 않고 우아하게 좌우로 움직인다. 방향지시기(깜빡이)조차도 매끈하고 부드럽게 작동한다. 와이퍼와 깜빡이는 소리마저 절제됐다.
디펜더 90은 어떤 상황에서도 품격과 품위를 지키겠다는 고상한 체하는 영국 오프로더다. 영화 킹스맨의 유명한 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처럼 "매너가 차를 만든다"를 실현했다. "잘났어 정말"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토캠핑에서 바비큐를 먹으려면 그릴, 숯, 석쇠, 장갑, 집게 등은 물론 고기, 채소, 양념 등을 바리바리 챙겨야 한다. 물건을 챙기는 것도 일이지만 싣는 것도 일이다. 트렁크가 지저분해지기도 한다.
바비큐를 제대로 요리하기도 쉽지 않다. 자칫 방심하면 고기는 숯덩이가 된다. 먹고 난 뒤에는 쓰레기 처리와 설거지도 골칫거리다. 대신 고생만큼 캠핑 재미도 크다.
글램핑에서는 바비큐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솜씨 좋은 요리사가 직접 바비큐를 해주는 곳도 있다. 글램핑 이용자는 안락한 텐트 안에서 모닥불을 즐기며 불맛 가득한 바비큐를 먹기만 하면 된다.
디펜더 운전자도 주변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손과 발을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오프로드를 공략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디펜더 운전자들은 오프로드보다는 온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좀 더 강하다.
지프는 진흙으로 뒤범벅되고 바위와 나뭇가지에 긁혀 상처투성이가 되면 오히려 '야성미'를 풍긴다. 반면 디펜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말끔해야 더 멋지기 때문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삼성전자 하이닉스 또 발목?"...메모리 고점론에 커지는 美 간섭 `이중 위기`
- "50년 전엔 모래섬이었다?" 허허벌판 잠실은 어떻게 서울 알짜배기로 변했나
- `킹덤` 제치고 미국서 1위 차지한 한국 드라마 OOO...`K콘텐츠` 전성시대 도래한 까닭은
- 스마트스코어에서 중고 거래하고, 중고 미니 쿠퍼 받자
- 디랙스, ‘언택트 디랙스 챔피언십’ 비대면 보디빌딩 대회 성료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AI가 실시간으로 가격도 바꾼다…아마존·우버 성공 뒤엔 ‘다이내믹 프라이싱’
- 서예지, 12월 29일 데뷔 11년 만에 첫 단독 팬미팅 개최 [공식]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