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호주처럼 미·중 한쪽 택하는 상황 놓일 것"

최서윤 기자 2021. 9. 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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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남아 국가들 잇달아 접촉해 오커스 문제 논의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호주가 미국, 영국과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출범한 것은 미·중 전략 경쟁에서 미국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등 미중 가운데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들로선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도 결국은 어느 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동남아 지역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인용, 미·영·호주가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한 새 안보협정을 발표한 이후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에 손을 뻗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류진송(Liu Jinsong) 아주국장은 며칠 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사들과 별도 회의를 갖고 오커스와 관련해 논의했다.

회의에서 류 국장은 오커스를 "인종적(앵글로색슨)·지정학적 동기가 부여된 파벌의 결과"라고 비난했다.

류 국장은 "일부 국가들은 고도로 표적화되고 배타적인 이데올로기와 군사 동맹에 참여하며 이중 잣대를 채택하고, 핵 비확산 같은 문제에서 원하는대로 행동함으로써 세계 추세와 국제적 합의를 무시했다"면서 "이런 위선적이고 배신적인 언행은 동남아 비핵지대 조약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지역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긴장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도 직접 겨냥, "늘 동양보다는 서양에서 친구를 찾아왔다"고 했다.

오커스 동맹에 따라 호주는 미국의 지원으로 핵잠수함을 확보, 남중국해나 대만 해협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며, 호주가 오랜 기간 유지해온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균형에서 전략적 변화를 택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 발족을 발표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다만 미중 전략 경쟁의 주요 지대로 부상 중인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는 오커스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싱가포르와 필리핀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반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군비 경쟁을 우려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베트남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며, 태국,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다른 아세안 회원국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싱크탱크 사회발전연구(Research for Social Advancement)의 연구 책임자 아이비 크윅(Ivy Kwek)은 "말레이시아는 소국으로서 오커스가 이 지역 군비 경쟁을 심화하고 고조시킬 수 있다는 타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말레이는 강대국 경쟁 속 중립을 희망하고, 오커스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히샴무딘 후세인 말레이 국방장관은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말레이의 우려를 전하고, 오커스 관련 중국과 협의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히샴무딘 장관의 방문으로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필리핀 싱크탱크 아시아태평양진보의길(Asia-Pacific Pathways to Progress) 연구원 아론 라베나(Aaron Rabena)는 "동남아 국가들이 호주의 길을 따르지 않도록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라베나 연구원은 "중국으로선 동남아 국가들이 한쪽을 택하지 않는 상황을 보장하는 것이 자국 이익을 위해 최선일 것"이라며 "중국은 경제 협력이나 이니셔티브를 추가로 활용해 동남아 국가들이 반중국 연합체와 동맹을 맺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그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서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라베나 연구원은 "이 지역에서 두 가지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면서, "한 패권이 아세안을 희생해 자기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세안 국가들이 점차 한쪽을 선택하길 강요받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에서 2021년 4월 기동훈련 중인 중국 해군. 모습 © 로이터=뉴스1 자료 사진

남중국해는 미중 전략 경쟁이 표면화할 경우 예상되는 주요 발화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날 대중국 안보 협의체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정상들은 첫 대면 정상회의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중국을 겨냥, "우리는 법치주의, 항행과 비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 해결, 민주적 가치, 국가의 영토 보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심장인 아세안 회원국들과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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