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토마호크, 초공동 어뢰(하) [밀리터리 동서남북]

이종윤 2021. 9. 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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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물속의 토마호크, 초공동 어뢰(하) [밀리터리 동서남

수중에서 시속 800km, 약 432노트를 상회하는 속도의 독일의 Diehl BGT Defence와 Altas Elektronik에 의해 개발된 초공동 어뢰 '바라쿠다' 수중 발사 장면 이미지 합성, 기존의 어뢰나 유도탄과 다른 특수 형태의 추진기관을 갖고 있고 수중에서 작동하는 점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속도와 사거리 측면에서 혁신적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미지 자료=위키피디아(Wikipedia) 그래픽 합성=이종윤 기자

러시아에서 운용하고 있는 VA-111 시크발(Shkval) 어뢰 구조도, 앞쪽에는 케비테이터(Cavitator), 뒤쪽에는 로켓엔진이 설치되어 있다. 주요 구조는 앞쪽에는 공동을 형성하는 케비테이터, 중간에는 케비테이터에 공기를 공급하는 압축공기탱크, 뒤쪽에는 로켓엔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크발 어뢰는 수중체가 수중에서 일정한 힘 이상으로 추진력을 발휘해 저항을 뚫고 전진하면 바닷물 사이 응력(Stress)으로 인해 수중체(유체)외부 표면에 물의 압력이 낮아져 발생하는 공기방울(Cavity)과 로켓의 뜨거운 배기를 앞쪽 케비테이터를
■초공동 현상을 이용한 잠수함·수중 드론·수상정·수중 탄환·수중 이동체의 개발
초공동 기술은 어뢰, 잠수함뿐 아니라 초공동 탄환과 같은 특수전 분야, 고속 수송체에 적용한 전투지원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시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2001년 보고서엔 초공동 선박은 이론적으로 수중에서 시속 5천80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대서양과 태평양을 각각 약 60분과 100분에 횡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초공동 기술을 적용, 잠수함도 물속에서 초음속 기동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응용해 잠수함 선단의 형상을 특수하게 설계해 이동시 기포를 만드는 방법과 선단에 직접 공기 또는 가스를 분사하는 장치를 탑재해 기포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21세기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은 어뢰를 넘어 잠수함에도 초공동 기술의 적용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지 않는 바닷속에서 가상적국을 향해 기동 하는 탐지가 어려운 초음속 잠수함 개발의 물밑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2019년 4월 23일 러시아에서 수중 드론 ‘포세이돈(Poseidon)’을 탑재한 특수목적 핵추진 잠수함 ‘벨고로드(Belgorod)’함을 진수했다. 탑재한 드론 포세이돈은 직경 1.8m 이상, 길이 약 24m로 스텔스 모드로 기동 하다가, 타격지점 2~3km 떨어진 위치에서 타격모드로 전환해 시속 180km로 급가속해 타격하는 식의 설계가 되어있다.

3km 밖에선 추적이 곤란하며, 추적범위 안에선 타격까지 1분 남짓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미사일 요격자체가 극히 어렵다.

사실상 스텔스 기능의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항속거리 약 1만km의 핵추진 수중 드론으로, 약 2메가t 위력의 핵 무장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뢰와 비교해 대형 기체로 기존 어뢰의 능력을 뛰어넘는 무기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위협적인 전략무기로 판단하면서도 공개 정보의 제한으로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는 평가다.

러시아 특수목적 핵추진 '벨고로드(Belgorod) 잠수함' 구조도, 함수부에 '포세이돈 드론'이 탑재된다. '수중 ICBM’ 또는 ‘쓰나미 대파괴 Apocalypse 어뢰’라고 한다. 기지파괴 또는 폭발력을 이용한 쓰나미를 형성해 해안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실험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위력과 대형 수중체를 공동으로 덮을 수 있는 기술 존재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이미지 자료=러시아군 홈페이지
미국 Juliet Marine Systems에서는 지난 2011년에 초공동 기술을 적용한 ‘고스트(Ghost)’라는 수상정 시제품을 공개했다. 본체는 수면 위 대기 중에 위치하고 본체와 연결된 두 개의 초공동 추진체만 수중에 위치하는 구조로 해수와의 마찰을 최소화함으로써 50노트, 시속 93km 이상의 고속항해가 가능하다.
선체와 물의 저항을 극도로 줄인 디자인으로 장시간 물 위를 이동해도 연료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동일 크기의 선박 대비 900분의 1 정도의 수상 마찰력을 실현했다고 알려졌다.
‘고스트(Ghost)’ 수상정. 배의 본체를 띄우는 두개의 지지대는 SWATH(Small Waterplane-Area Twin-Hull)​라는 22개의 컴퓨터로 컨트롤되는 장치에 의해 균형을 유지한다. 출력은 아파치헬기와 블랙호크 헬기에 사용되는 GE-T700 터보샤프트(General Electric T700 turboshaft​) 엔진을 탑재했다. 분해하면 C-17 수송기에 탑재가 가능하며 대수상전(anti-surface warfare : ASuW​)·대잠전(anti-submarine warfare : ASW)·대기뢰전(mine
2019년 말경 미군에서는 노르웨이 방산업체 DSG에서 개발한 CAV-X 초공동 탄환에 대한 수중발사시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의 특수부대원들이 사용하는 기존의 수중 총의 '유효사거리는 15m 수준'이며 기존의 일반 총기로 수중 발사한 총알은 저항으로 인해 '최대사거리가 15m 정도'로 위력도 현저히 저하된다는 얘기다. 일반 권총탄의 수중 사거리는 3∼5m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초공동 탄환은 수중에서 전진하며 탄환의 앞쪽 끝에 있는 작은 구멍이 공동 현상을 발생시킨다. 공동에 덮인 탄환은 60m 거리까지 파괴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

■초공동 어뢰, 두가지의 핵심, 공동발생기와 금속분말고체로켓추진기
초공동 어뢰 설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어뢰의 수중체 앞쪽에 장착된 공동발생기(Cavitator)다. 공동발생기에서 발생시키는 기포로 공동(Cavitation)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일정하게 유지시키는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수중에서 이동하는 물체의 속도가 높아지면서 압력이 낮아져 형성되는 자연 초공동(natural supercavitation)을 가속화 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에서 캐비테이터 후방에서 압축가스를 분사해 발생시키는 인공 초공동(artificial supercavitation) 또는 환기 초공동(ventilated supercavitation) 발생 기술이 초공동어뢰의 핵심인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자연 초공동이 발생되기 전까지 마찰 저항을 줄여 추진효율을 높이고 불균일한 유체력을 감쇠, 주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공동발생기(Cavitator) 형태, 공동발생기는 효과적으로 초공동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로 연구되고 있다. 원판이나 원추 모양의 경우 운동체에서 조금 앞으로 튀어나오게 설치하여 양력을 주거나 주행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받음각을 줄 수 있게 연구하고 있다. 주행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할 때는 추진기관 뒤끝의 추력 벡타 조종 시스템이나 후방 조종 날개와 함께 작동하도록 하고 있다. 공동발생기를 최적화해도 공동의 형상과 크기가 운동체의 속력과 외부압력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다른 수심에서 동일한 속력을 유지할 수 없
또 하나의 핵심은 일반 어뢰 같은 프로펠러 방식이 아닌 로켓추진기이다. 공동에서는 기존 수중체에서 사용하는 추진기인 스크루는 해수와 닿을 수 없어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초공동 수중체에는 로켓 추진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그것도 일반고체로켓 추진기는 에너지 파워가 약해 금속분말 형태의 해수반응 연료와 카나드로 해수를 흡입해 사용하는 해수흡입형 로켓추진기라는 특수기관을 사용한다.

나노화된 금속(산화제)분말을 연료로 이용하는 이유는 반응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금속의 표면적을 넓혀 쉽게 연소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금속 연료는 국방이나 무기 등 특정 분야에서 널리 쓰여 왔다.

이러한 원리는 로켓이 생성하는 에너지가 커질수록 화염이 불안정해지는데, 금속 분말이 이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며 주 연료나 산화제보다 금속 분말이 무겁기 때문에, 화염의 관성력이 커지면서 화염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소가스는 별도로 이용해 공동발생기의 기포를 가속화함으로써 공동현상을 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고체로켓 금속산화제를 나노수준으로 분말화하는 기술은 최고 수준이며 1세대 350km/h의 시크발보다는 보다 이상적인 독일의 800km/h의 '바라쿠다'에 근접하게 연구 중으로 추정된다.

초공동현상을 이용한 수중 이동체 기술적 경쟁이 치열하다. 관련된 최근의 기술적 진보는 선단부의 형상 설계나 기포 분사 등이 없이 라이덴프로스트 현상에 의해 선단부에 초공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 선단부에 고열부를 형성하여 라이덴프로스트 현상에 의해 선단부 표면에 희박한 기체막이 형성되도록 하는 기술로도 물의 저항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선박, 잠수함, 어뢰 등과 같은 초고속 이동, 수중 이동체의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라이덴프로스트 현상(Leidenfrost phenomenon)은 액체의 끓는점보다 높은 고온의 고체 표면에 액체가 닿으
초공동 무기는 냉전시대부터 현재까지 많은 기술적 진전과 응용사례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효성이 완전히 입증되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획기적인 만큼 극복해야 할 한계점도 크기 때문이다.

초공동 기술은 거의 반세기 넘게 관련기술 개발과 완성을 위한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결코 개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작전운용능력이 확보되면 기존의 수상, 수중전뿐 아니라 전쟁의 판도를 바꾸게 될 가능성 때문이다.

수십 수백년을 앞서간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 혁신적인 아이디어·과학·기술은 당대에 몽상가라고 폄하되기도 하지만, 후대에 시대를 앞서간 개척자로 평가된다. 혁신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불굴의 시도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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