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공부' '다시봐'.. 요즘 파는 공책, 누가 만들까

정용인 기자 2021. 9. 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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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ban8.co.kr


[언더그라운드.넷] ‘요즘 파는 공책.’ 9월 중순,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제목이다.

‘성적이 떨어졌을 땐 이빨 보이지 않습니다’, ‘공부할 땐 연애하지 않습니다’,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해병대 조교의 삽화가 그려져 있다.

‘다시봐’, ‘막쓰는’은 조미료 포장 디자인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3분 공부-죽을맛’이나 ‘어떡해 짜증나’ 디자인은 누가 봐도 오뚜기 3분 카레, 3분 짜장을 패러디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정도부터 유행한 엽기콘셉트의 학용품판 버전이라고나 할까. 구하기 힘든 희귀템은 아니다.

아트박스나 다이소 같은 곳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학용품들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저런 아이디어 제품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기사를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 게시된 상품정보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한글아이템’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반8이라는 업체가 나온다.

사이트도 있다. 반8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이름은 ‘강렬한 회사’다(회사 이름에서도 뭔가 포스가 느껴진다).

이 회사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회사 브랜드는 ‘반8’ 이외에도 ‘남치니’, ‘3분 노트’, ‘김밥필통’ 등이 있다.

서류상으로는 2002년 ‘우티존’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해 그후 ‘반8’, 생산물류업체 ‘㈜디파티’ 등의 업체명을 거쳐왔다. 업력(業歷)으로 치면 근 20년 가까이 된 중견기업이다.

“아… 그전에는 티셔츠 제작을 했고요. 2010년 초반까지 한글디자인 티셔츠를 만들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제작된 디자인 제품이라도 한글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거든요. 우리 제품들이 반응이 꽤 괜찮으니 ‘배달의민족’ 같은 한글디자인이 많이 생겼어요.”

회사 대표 유강열씨(47)의 말이다.

위에 언급한 누리꾼 화제를 모았던 ‘요즘 파는 공책’은 엄밀히 말하면 최신 유행 아이템은 아니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2017년, 2018년 즈음에 꽤 입소문을 탔다.

“2015년에 처음 출시했어요. 아무래도 제일 많이 팔린 제품은 ‘3분 공부-죽을맛’ 노트였습니다.” 유 대표의 말이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점. 누가 봐도 식품회사 원본 디자인을 가져다쓴 것이다. 요즘 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곰표 맥주’, ‘천리마 팝콘’과 같은 콜라보가 그때는 없었을 텐데?

“패러디 콘셉트였던 것은 맞아요. 허락을 맡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오뚜기에서는 단체로 구매해줬습니다. 미원 같은 경우 요청이 들어와 프로모션 제품을 만들어 제공했습니다.”

이런 인터뷰는 앞으로의 계획, 비전 같은 걸 묻고 끝내는 게 아무래도 자연스럽다.

“저희는 뭐… 계속 제품을 출시하는 거죠. 제품으로 즐거웠으면 좋겠고, 즐거움을 통해 사람을 연결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추구합니다.”

단종된 제품은 없냐는 질문엔 이런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 때문인지 문구류가 잘 안 팔리는 추세입니다. 지금은 리빙이나 이런 쪽, 일상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빼먹은 질문이 있다. 회사이름은 왜 강렬한 회사로 지었나. “제 이름이 유강열이니까요.” 왠지 그냥 납득이 됐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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