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유전자 교정 작물, 일본서 세계 첫 판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9. 25. 10:30 수정 2021. 9. 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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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수면 촉진하고 스트레스 줄이는 신경물질 5배 늘려
일본 사나텍 시드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토마토의 유전자를 교정해 수면 촉진과 불안 감소 효과를 내는 물질이 5배나 많이 나오게 했다./사나텍 시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유용물질을 많이 생산하도록 유전자를 바꾼 방울토마토가 일본에서 판매에 들어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한 식품이 판매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일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나텍 시드(Sanatech Seed)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를 교정한 토마토를 ‘시실리안 루즈 하이 가바(GABA)’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고 24일 밝혔다.

가격은 2㎏이 배송료와 세금 포함해 6048엔(한화 약 6만4500원이며), 3㎏은 7506엔(8만5100원)이다. 이 회사의 수미요시 미나코 박사는 뉴사이언티스트에 “지난 17일부터 토마토를 출하했다”며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수면 촉진, 불안 감소 물질 5배나 함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원하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을 말한다. 길잡이 격인 유전 물질이 특정 DNA를 찾아가 지퍼처럼 결합하면 그 부위를 캐스9라는 효소 단백질로 잘라낸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이 바로 ‘크리스퍼 캐스9′ 유전자 가위 개발자들에게 돌아갔다.

사나텍 시드는 일본 츠쿠바대의 에주라 히로시 교수 연구진이 2018년 창업한 회사다. 사나텍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토마토에서 가바 분해 효소를 덜 생산하도록 유전자를 교정했다. 아미노산인 가바는 뇌에서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작동하는 것을 막아 수면을 촉진하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인다고 알려졌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수면 촉진과 불안 감소 효과가 있는 물질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유전자를 교정한 토마토. 일본서 이달부터 시판에 들어갔다./사나텍 시드

사나텍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덕분에 토마토의 가바 함유량이 5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올 초 가바 생산량을 늘린 토마토 묘종을 전 세계 4200여 원예가에게 무상 제공했다.

뉴사이언티스는 전 세계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적용한 다양한 작물이 개발됐지만 상업 판매가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영국 로담스테드 연구소의 나이젤 핼포드 박사는 이날 뉴사이언티스트에 “이번 판매는 크리스퍼 식품에게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유전자 교정 식용유가 판매되고 있지만 크리스퍼 이전의 기술을 적용했으며, 캐나다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적용한 옥수수가 판매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시판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로담스테드 연구소의 헬포드 박사는 “미국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버섯이 2016년 시판 허가를 받았지만 역시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열매가 마치 포도송이처럼 열리도록 유전자를 교정한 방울토마토./미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

◇환경과 가축에도 도움주는 유전자 교정

과학자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은 같은 생물의 유전자를 수선하는 방식이어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삽입하는 기존 유전자 변형 동식물(GMO)과 다르다고 본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식품은 GMO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한 작물도 GMO로 규제하고 있지만. 최근 영국이 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전자 교정 연구자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농민과 소비자, 환경뿐 아니라 가축에도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예를 들어 유전자 가위로 가축의 털이 덜 자라게 해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담스테드 연구소의 핼포드 박사 연구진은 암 유발물질을 줄인 밀을 개발해 시험 재배를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근육량이 50% 증가하도록 유전자를 교정한 참돔이 시판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유전자 교정 참돔이 이달 중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적용된 또 다른 토마토도 있다. 미국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의 자카리 리프먼 교수와 권춘탁 박사 연구진은 지난 2019년 열매가 마치 포도송이처럼 열리는 방울토마토를 개발했다. 키도 작아 도시에서 수경재배로 키우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토마토는 사람 키만큼 줄기가 자라 도시의 건물이나 컨테이너 안에서 키우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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