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아프간 소녀의 눈물은 공개됐어야 했나?

임주현 입력 2021. 9.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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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바라보던 아프간 소녀가 손으로 눈가를 훔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지난달 말,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마련된 아프간 '특별기여자' 임시숙소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을 찍은 기자는 <답답함일까, 걱정일까..아프간 소녀의 눈물> 이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를 통해 "소녀는 그렇게 10여 분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라면서 낯선 땅에서 첫 주말을 맞이한 아프간인들의 복잡한 심경을 추측해 묘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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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바라보던 아프간 소녀가 손으로 눈가를 훔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지난달 말,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마련된 아프간 '특별기여자' 임시숙소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 아프간 특별기여자 관련 기사 보기

사진을 찍은 기자는 <답답함일까, 걱정일까..아프간 소녀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를 통해 "소녀는 그렇게 10여 분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라면서 낯선 땅에서 첫 주말을 맞이한 아프간인들의 복잡한 심경을 추측해 묘사했습니다. 기사 말미에선 아프간 소녀의 행복을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녀의 사진은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보도됐고 인터넷 공간에선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적 공간인 숙소 안 모습을 본인 동의 없이 망원렌즈로 당겨서 찍었을 뿐 아니라, 얼굴을 가리지도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는 점에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들의 신상이 노출될 경우 탈레반으로부터 보복 테러를 당할 수도 있고 여전히 고국에 남아있는 다른 가족들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앞서 정부가 이들의 신원 노출을 방지해달라고 언론에 신신당부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일보는 해당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한 뒤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미 인터넷 공간에 퍼진 뒤였습니다.

한국일보가 논란이 된 기사 본문에 올린 사과문 내용.


그런데 이 같은 논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우한에서 돌아와 격리돼 있던 교민들의 모습을 연합뉴스가 망원 렌즈를 이용해 찍은 뒤 모자이크 없이 내보내 논란이 됐습니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는 문제가 된 사진 보도에 대해 "사생활침해가 맞다."라고 판단했고, 연합뉴스 측은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했지만, 의도와 다른 논란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더 고민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1년 전 불거졌던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언론사와 취재 대상만 바뀌어 그대로 재연된 겁니다.

1년 전 연합뉴스 보도에 대해 신문윤리위원회가 ‘주의’ 결정을 내렸다. (제작진이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


더 큰 문제는 언론의 사생활침해성 사진·영상 보도 행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엔 북한 응원단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까지 찍어 보도했고, 지난해 일부 방송사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의 손영미 소장이 사망하자 손 소장 자택에 찾아가 문 열쇠 구멍에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이 숨지면 시신이 운구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언론사 간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2012년 잠자고 있던 8살 어린이를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 사건' 때는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가 극에 달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사건 현장을 무단으로 찍어 보도했고 사건과 무관한 사적 기록물을 앞다퉈 공개했습니다. 심지어 피해 아동의 상처와 얼굴 사진을 방송에 내보내 공분을 샀습니다. 피해 아동의 가족은 "고종석보다 더 나쁜 건 언론"이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당시 보도 행태는 이후 성범죄 보도 준칙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고종석 사건’ 때 무분별한 보도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언론사들.


언론의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요?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높아만 가는 뉴스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언론이 좇아가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이 어떻게 해야 취재 대상의 인격권을 충분히 보호하면서 공익성 있는 보도를 할 수 있을까요?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지는 않을까요?

<질문하는 기자들 Q>가 위 물음에 대한 답을 모색해봤습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와 언론인권센터에서 활동하는 권현정 변호사, 임주현 KBS 기자가 출연해 저널리즘과 법리적 관점 모두를 살펴보고 고민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26일(일) 밤 10시 35분에 KBS 1TV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다시 보기는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서 가능합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
▲ 유튜브 계정 <질문하는 기자들 Q>: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임주현 기자 (le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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