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볼 꼬집은 철도 승무원.. 바이든, 경호원에 "총 쏘지 마!"

김태훈 입력 2021. 9. 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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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와 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인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별난 '철도' 사랑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델라웨어주(州)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1973년부터 기차를 애용한 바이든 대통령은 덕분에 '암트랙(Amtrak) 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1970년대부터 거의 반세기 가까이 암트랙을 이용해 온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내가 철도 승무원이었다면 지금쯤 연공서열로 따져 최선임자가 돼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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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존슨 총리 만난 자리서 유별난 '철도 사랑' 뽐내
상원의원 때 기차로 윌밍턴∼워싱턴 출퇴근하기도
지난해 미선 후보 시절 암트랙 철도를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 부부 모습. SNS 캡처
비행기와 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인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별난 ‘철도’ 사랑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델라웨어주(州)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1973년부터 기차를 애용한 바이든 대통령은 덕분에 ‘암트랙(Amtrak) 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암트랙은 우리나라 코레일에 해당하는 미국의 국철이다.

24일 미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방미 중이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암트랙을 소재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존슨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한테 친밀감을 표시하고자 워싱턴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암트랙을 이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

존슨 총리를 편하게 ‘보리스’라고 이름으로 부른 바이든 대통령은 암트랙을 타본 소감이 어떤지 물었다. 그러자 존슨 총리는 “암트랙 승무원과 승객들 사이에서 대통령님은 거의 ‘살아있는 신’(living deity)이더라”고 화답했다. 승무원들이 철도 애용자인 바이든 대통령을 아주 자랑스러워한다는 점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다.

기분이 좋아진 듯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의 일화를 꺼내들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2009∼2017년 재임)의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때에도 종종 전용 비행기 대신 철도를 타고 이동했다. 백악관 경호원들은 “경호하기에 불편하고 자칫 위험할 수 있다”며 불만을 내비쳤으나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하루는 그가 암트랙 열차에 오르자 고참 승무원 한 명이 다가오더니 “조이, 베이비(Joey, baby)!” 하고 외치며 손으로 그의 볼을 꼬집었다. 바이든보다 나이가 많은 이 승무원은 그를 ‘조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한 것이다.

바이든은 순간 당황했다고 한다. 조금 떨어져 있던 경호원들이 행여 그 승무원을 총으로 쏘지나 않을까 염려돼서다. “경호원들을 향해 ‘안돼요, 안돼! 이 분은 내 친구에요. 쏘지 말아요’라고 외쳤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상황을 묘사하자 존슨 총리를 비롯해 주변에 있던 모든 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1970년대부터 거의 반세기 가까이 암트랙을 이용해 온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내가 철도 승무원이었다면 지금쯤 연공서열로 따져 최선임자가 돼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존슨 총리는 “그래서 암트랙에는 대통령님 이름을 딴 철도역도 있지 않으냐”고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 사저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역이 2011년 ‘윌밍턴/바이든역’으로 개칭된 점을 지칭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철도의 인연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슬픈 경험에서 비롯했다. 1972년 선거에서 이겨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은 그해 12월 교통사고로 아내, 그리고 장녀와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듬해인 1973년 상원의원으로 정식 취임한 그는 연방의회 의사당이 있는 워싱턴에 거처를 구하는 대신 윌밍턴 집에서 워싱턴까지 매일 출퇴근하기로 결심한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충격에 빠진 두 아들의 양육을 위한 결단이었다. 윌밍턴에서 워싱턴까지는 대략 150㎞ 거리인데 그렇게 날마다 기차를 타고 왕복 300㎞를 이동하는 생활이 계속되며 자연스럽게 철도에 정을 붙이게 된 것이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역의 모습. 한국의 ‘코레일’에 해당하는 미국 국철 ‘암트랙’은 2011년 이 역을 수십년간 이용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을 기려 2011년 역 이름을 ‘윌밍턴/바이든역’으로 개칭했다. 암트랙 제공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을 그만두고 부통령이 된 뒤에도 종종 기차를 이용했다. 2009년 1월 부통령 취임식 당시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암트랙으로 워싱턴에 입성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올해 1월 대통령 취임식 때에도 철도를 이용하려던 계획은 경호상 이유로 불발했다. 당시 백악관 경호팀은 “워싱턴의 기차역에 내리는 대통령 부부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공격할 수 있다”며 암트랙 승차 불가론을 폈다고 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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