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대표 "2024년 돼야 공급망 완전 회복"

권오은 기자 2021. 9.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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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국제 여객선 운항이 급감했다. 2019년 7월엔 국제 여객선이 4만6735편 운항했지만, 올해 7월엔 1만1021편 수준이다. 운항 편수가 줄면 사람만 발이 묶이지 않는다. 평소 여객기를 통해 오가던 항공화물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인다. 항만 적체가 심해지면서 해상 운송 상황은 더 나빠졌다. 평소라면 부두로 갔어야 할 물건까지 공항으로 몰렸다. 항공 순화물량은 2019년 7월 22만6000톤에서 올해 7월 28만660톤으로 뛰었다.

국제특송기업 페덱스 코리아의 채은미 대표도 “갑작스레 화물이 오갈 길이 사라지고 공급망이 막혔다”며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16년 동안 페덱스 코리아를 이끌면서 겪었던 국가간 무역갈등이나 글로벌 경영위기 등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채 대표를 서울 마포구 페덱스 코리아에서 만나 물류 상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채은미 페덱스 코리아 대표. /권오은 기자

채 대표는 “코로나 발생 이후 2년은 막힌 공급망을 특송 기업이 일선에서 뚫어내는 일의 연속이었다”며 “페덱스가 지난달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항공노선을 4개 더 추가한 것도 공급망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항공화물이 급증했다. 백신을 비롯한 바이오 물량과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항공화물 쏠림현상도 강해졌다. 대형 항공사(FSC)를 중심으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꿨지만 수요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페덱스는 자체 대규모 화물기단을 운영한다. 페덱스는 전 세계에서 화물기 682대를 운영하며 인천국제공항에선 일주일에 24편이 외국으로 떠난다. 그만큼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페덱스 코리아는 2019년보다 두자릿수(%)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채 대표는 지금과 같은 공급망 문제가 정상화되려면 2024년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의 예상치보다 좀 더 먼 미래다.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망이 회복세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 분명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화물량과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3년, 더 길게는 2024년쯤 공급망이 완전 정상화될 것이다.” 채 대표의 설명이다.

페덱스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조감도. /페덱스 코리아 제공

페덱스는 2022년 초에 인천국제공항 내 전용 화물터미널을 완공할 예정이다. 2만3000㎡ 규모로 기존 시설보다 2배 넓다. 물류 처리량도 2배가량 늘고 화물기 운항편수도 증가할 전망이다.

채 대표는 “현재 아시아 지역 무역의 절반 이상은 지구 반대편이 아닌 이웃 국가와 이뤄진다. 한국 역시 작년에 아시아 이웃 국가로의 수출이 전체 수출의 3분의 2(64.4%) 수준이었다. 이런 역내 무역이 강화되면서 인천국제공항의 지정학적 이점이 더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페덱스는 배송 서비스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엔 전자상거래시장을 겨냥해 페덱스 인터내셔널 커텍트 플러스(FICP)를 출시했다. 배송 날짜를 지정할 수 있는 이커머스 운송 서비스다. 한국, 호주, 홍콩, 인도,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을 포함한 10개 시장의 전자소매업체들에게 솔루션을 제공, 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 지역 내에 있는 소비자에게 1~5영업일 이내 배송을 보장한다.

페덱스 코리아는 또 제주 지역 수출기업의 선적 기간도 기존 2~3일에서 최대 하루로 단축한다. 예들 들어 제주도에서 집화한 화물은 이튿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배송 준비가 끝나게 된다. 채 대표는 ‘고객의 시간’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늘어나는 만큼 요구도 다양해진다. 결국 핵심은 최대한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느냐다. 페덱스는 생산이 필요한 원재료는 최대한 빨리 공급하고, 제품을 해외로 수출할 때는 최대한 늦은 시간까지 비행기에 태울 수 있다. 공급망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결해낼 수 있다”고 했다.

페덱스 코리아 제공

채 대표는 시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채 대표는 아침에 외국어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9시 뉴스를 챙겨보는 등 루틴을 지킨다고 한다. 약속 시간에는 늘 미리 도착한다. 그는 “제 시간에 배달해주겠다는 회사 대표가 시간 약속을 어기면 되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채 대표가 페덱스 코리아에 입사한 것은 1989년이다. 2006년 외국계 특송기업 최초로 한국인 여성 지사장으로 임명된 뒤 페덱스 코리아를 이끌어왔다. 그가 대표가 된 이후 TNT 합병 등을 거쳐 9개였던 국내 사무소는 현재 21개로 늘었다. 189대였던 차량은 401대로, 직원은 630명에서 1160명으로 성장했다.

채 대표뿐만 아니라 직원들 대부분이 오랜 기간 일한다. 이직률은 3% 미만이다. 채 대표는 그 배경으로 ‘자부심’을 꼽았다. 그는 “직원 중심이라는 회사 철학은 자다가도 일어나서 이야기할 수 있다”며 “코로나 사태 때는 물론이고 재난 현장에 의료물자나 생필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등의 사회공헌도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주는 요인”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에도 갈수록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결국 승자이고, 페덱스가 강조해온 혁신도 다르지 않다. 인천공항 화물 터미널을 비롯해 더 많이 변화하고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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