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 갖자" 주장 분출.. 미국 '청구서' 감당할 수 있나 [박수찬의 軍]
하지만 높은 비용과 기술적 난이도, 공고한 핵 비확산 체제에 가로막혀 극소수 국가만 운용하고 있다. 가입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배타적인 프리미엄 멤버십 클럽과 유사하다.
이렇게 배타적인 멤버십 클럽에 최근 새로운 회원이 나타났다. 미국, 영국과 함께 안보 파트너십 ‘오커스’(AUKUS)를 만든 호주다.
호주는 오커스에 참여하면서 미국과 영국의 기술이전을 받아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한다. 프랑스와 맺었던 500억 유로(69조원) 규모의 디젤잠수함 계약은 백지화됐다.
국내에서도 핵추진잠수함 보유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등 다른 나라로 관련 기술 이전을 확대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지만, 한국도 호주처럼 핵추진잠수함 보유가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선택적 저강도 핵확산, 또다른 ‘아메리칸 퍼스트’
1958년 미국은 영국과 핵무기 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영국이 핵폭탄과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하자 영국의 핵무기를 미국 핵전략에 편입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영국은 재정난으로 핵전력을 100% 독자 개발하는데 부담을 느꼈다. 그 결과 트라이던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이 영국에 도입되고, 핵추진잠수함 원자로 기술도 이전됐다.
‘100% 자체 기술’을 강조하는 프랑스도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비밀리에 지원을 받았다.
핵기술 이전을 금지한 미국 내 법률을 회피하고자 고안된 ‘스무고개 방식’은 영국처럼 구체적인 기술을 주고받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유도와 구조재, 고체연료 등에서 적지 않은 기술지원이 이뤄졌다.
SLBM의 다탄두(MIRV)화 기술 이전도 진행됐다. 프랑스는 SLBM을 다탄두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호주에 핵추진잠수함을 지원하는 것도 미국의 이익 수호를 위한 조치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려면 호주의 참여가 필수였다. 하지만 호주의 군사력으로 남중국해에서 미국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핵추진잠수함은 이같은 한계를 뛰어넘을 동력을 제공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호주 해군 콜린스급 디젤잠수함은 남중국해에서 11일 동안 작전할 수 있지만, 핵추진잠수함은 77일간 작전하면서 일본 오키나와 근해까지 북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정치적 대가 감당할 수 있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미국에서 핵기술을 지원받은 국가는 상당한 정치적, 군사적 대가를 지불했다.
1970년대부터 10년 넘게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프랑스는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탈퇴했던 상황이었다.
이는 미국에 막대한 군사적 이익을 안겨줬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프랑스 핵무기는 1960년대보다 위력과 정확성이 크게 높아졌다. 프랑스의 핵전쟁과 재래식 전쟁계획은 북대서양조약기구 및 미국과 높은 수준에서 통합됐다.
이는 구소련과의 전면전 상황에서 프랑스군의 지원이 보장되는 결과를 얻었다. 프랑스 정부는 미국의 중거리 핵미사일 유럽 배치에 찬성하는 등 정치적으로 미국을 도왔다.
호주도 마찬가지였다.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계기를 만든 오커스 발족 직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호주는 △대만과의 관계 강화 △중국 해경국의 무기 사용을 인정한 해경법 반대 △신장위구르 관련 인권 문제 △미 해군과 공군, 해병대의 호주 방문 강화 등에 합의했다.
프랑스와 호주의 사례로 볼 때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려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 견제에 대한 공조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신장위구르, 인권, 지식재산권 등 미중 갈등 사안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 동력 제공 차원에서 중단됐던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또는 추가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주한미군의 대만 해협 출동을 포함한 전략적 유연성 증대 등이 제기될 우려도 있다.
이는 제2의 한한령을 비롯한 중국의 고강도 반발과 보복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선에서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1950년대부터 지속된, 미국의 ‘선택적 저강도 핵확산’ 기조를 통한 동맹국의 역할 강화 정책이 일관성 있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과거에는 구소련을 겨냥했지만, 이젠 중국을 노린 것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국제 정세가 미중 대립 구도로 재편되고 인도태평양 내 군비경쟁이 본격화는 상황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한국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정세 속에서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고도의 국제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프랑스와 호주가 핵기술을 얻으면서 치른 대가를 보면,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고 받게 될 ‘청구서’ 목록은 매우 길고 복잡하며 가격도 매우 비쌀 것이다.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추진하기 전에 미중 대립 구도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일지, 핵추진잠수함을 얻게 되면 반대급부로 어떤 것을 지불할지 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민간용이든 군사용이든 핵은 언제나 그 대가가 비싸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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