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몸에 퍼진 미세플라스틱 눈으로 확인했죠"

박영경 기자 2021. 9.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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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근 UST-KIRAMS 방사선종양의과학전공 학생연구원
세계 최초로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흡수 경로를 밝히는 데 성공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한국원자력의학원 캠퍼스(UST-KIRAMS) 연구진. 강충모 UST-KIRAMS 교수, 김진수 UST-KIRAMS 교수, 임창근 방사선종양의과학전공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현진 제공

미세플라스틱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해양생물의 몸속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소식은 이젠 흔한 뉴스가 됐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7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한국원자력의학원 캠퍼스(UST-KIRAMS)는 세계 최초로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흡수 경로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 학계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생물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논문을 주도한 제1저자 임창근 UST-KIRAMS 방사선종양의과학전공 학생연구원을 서울 공릉동 한국원자력의학원 캠퍼스에서 만났다. 

“화학 분야를 공부하며 실용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대학원에 가고 싶었습니다. 화학과 의과학을 접목한 분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임창근 UST-KIRAMS 방사선종양의과학전공 학생연구원은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UST-KIRAMS에서 6개월 간 인턴으로 일한 뒤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입학해 곧 6학기째를 맞는다.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흡수 경로를 밝혀낸 연구는 그의 첫 논문이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장점은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보다 다양한 연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미세플라스틱 연구도 UST-KIRAMS의 강충모 교수님과 김진수 교수님으로부터 ‘방사성동위원소 표지’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기술을 각각 지도받은 덕분에 할 수 있었습니다.”

임 연구원은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흡수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몸 속에 위치를 알려주는 ‘탐지자’를 넣어주는 방법을 떠올렸다. 방사성동위원소가 붙은 미세플라스틱을 쥐에게 먹인 다음 PET로 촬영하면 쥐의 체내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임 연구원은 0.2~0.3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폴리스타이렌 미세플라스틱에 방사성동위원소인 구리-64를 부착했다. 

희귀한 동위원소를 이용하고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으로 진행된 만큼 연구는 매 순간이 난관이었다. 임 연구원은 “연구를 구성하고 실험에 성공한 뒤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두 지도교수의 경험과 지도가 빛을 발했다. 고분자물질인 플라스틱에 금속인 구리를 부착하기 위해서는 접착제가 필요하다. 강 교수는 이 역할을 하는 화합물 ‘킬레이트제’를 선정해 방사성동위원소를 부착하는 데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처음에 선택한 킬레이트제에 접착된 구리가 불안정해 하루 만에 떨어지는 등 난관이 많았지만 결국 의미 있는 결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며 “덕분에 연구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임창근 UST-KIRAMS 학생연구원은 지난 7월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이동 경로를 실험으로 밝혀낸 논문을 발표했다. 실험 결과 24시간 내에 모든 장기에 미세플라스틱이 퍼졌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제공

김 교수는 PET 영상 분석에 능통하다.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이동을 자세히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김 교수는 “기존에는 형광물질을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이동을 분석한 연구가 있었지만 형광물질은 투과력이 약해 정확도가 떨어졌다”며 “PET 덕분에 연속적으로 보다 정확히 미세플라스틱의 내부 이동 과정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그간 몰랐던 내용이 많이 밝혀졌다. 쥐가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은 위와 장에서는 24시간 이후부터 대부분 빠져나갔지만, 간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농도가 증가했다. 초기 1시간째보다 48시간째에 5배나 증가했다. 구리-64는 반감기가 대략 12시간으로 체내에서 3~4일 정도 연속적으로 촬영할 수 있다. 강 교수는 “구리-64가 방출하는 양전자는 PET로 정량화가 가능해서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장기에 얼만큼 퍼졌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최첨단 장비와 기술을 누릴 수 있는 것을 UST의 또다른 장점으로 꼽았다. 구리-64는 국내에서 KIRAMS만이 생산할 수 있다. 그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고 바로 PET 영상까지 촬영할 수 있는 곳은 KIRAMS뿐”이라며 “학생연구원으로서 도전하기 힘든 선도적인 연구를 시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적의 환경에서 실험의 재미를 마음껏 누리며 자신만의 분야를 찾아가고 있다. 벌써 앞으로 할 연구도 생각해 뒀다. 임 연구원은 “실용적인 연구를 하고 싶다”며 “항체나 펩타이드를 이용한 방사성의약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은 매순간 선택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작업”이라며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얻으며 나만의 분야를 계속 개척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9월호, [인터뷰] “하루 만에 몸에 퍼진 미세플라스틱 눈으로 확인했죠”

[박영경 기자 longfestiv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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