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 음주 난폭 운전 감독의 지구 우승이 주는 '혼란'

2021. 9.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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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생 토니 라루사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 지난 2월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이미 감독으로서 명예의 전당(HOF)에 헌액돼 있는 1944년생 77세 토니 라루사감독이 현장에 복귀한 첫 시즌인 올해,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Central) 챔피언으로 등극시켰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24일(이하 한국 시간)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 경기 더블헤더 1차전을 7-2 승리로 장식하고 독주해온 AL 중부 지구 1위를 확정 지었다. 이로써 토니 라루사 감독은 자신의 메이저리그 감독 생활 중 통산 13번째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2009시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후 처음이다. 그가 처음으로 지구 우승을 차지한 팀도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1983년 99승63패, 당시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소속이었다.

토니 라루사 감독은 이미 6번의 페넌트레이스 우승, 그리고 세차례 월드시리즈 챔피언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현역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토니 라루사 감독은 지난 해 11월 76세의 나이에 갑자기 에드가 렌테리아 감독의 후임으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했다. 문제는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 계약 9개월 전인 2월25일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운전 중 도로 연석을 들이 받은 음주 운전 사고가 있었던 것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라루사 감독은 경찰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야구인’이라고 들이 댔으나 결국 음주 사실이 들통났다.

그런데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이어서 경찰에서 처리가 늦어졌고 감독 계약 직전인 10월28일이 돼서야 기소가 됐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미국 사회에서 큰 논란이 벌어졌다.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토니 라루사와의 감독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토니 라루사감독은 12월14일 열린 재판에서 음주 운전은 피하고 난폭 운전만 유죄로 인정됐다. 벌금 1383달러(약 150만원)와 20시간 사회 봉사 활동이 부과됐다.

토니 라루사 감독의 경우를 한국으로 옮겨와 보자. 적발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8이었다. 한국에서는 면허 취소 수준이다. 1년 이상 징역형도 가능하다. 더욱이 토니 라루사감독은 지난 2007년에도 음주로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는 재범이었다.

그러나 시카고 화이트삭스 구단은 계약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사안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했고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사무국에서도 징계를 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토니 라루사 감독이 변호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변호사가 음주 운전을 두 차례 나 했고 한번은 음주 유죄, 두 번째는 충돌이나 인사 사고는 없었으나 난폭 운전이 인정됐다. 경찰에게 ‘명예의 전당 야구인’이라고 밝혀 메이저리그의 위상을 실추시켰다.

그랬던 토니 라루사감독이 시즌을 시작해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챔피언으로 만들고 리그 우승, 월드시리즈 챔피언 도전에 나선다.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는 올시즌 유난히 이런 저런 사건 사고로 시끄러웠다. 한국야구레전드의 아들인 키움 히어로즈 송우현은 음주 적발로 구단에서 즉시 쫓겨났다.

토니 라루사 감독의 경우를 보면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규범이 미국 사회와는 어떻게 다른지 혼란스러워졌다. 한국이었으면 토니 라루사 감독은 우승은 커녕 감독 계약이 파기되고 자신이 쌓아온 명예를 모두 잃은 채 사회에서 영원히 매장되지 않았을까?

[토니 라루사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 사진=AFPBBNews]-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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