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4국, 중국 견제하려 우주 분야로 협력 확대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1. 9.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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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서 첫 대면 정상회담 가져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협력체인 ‘쿼드(Quad)’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서 우주 공간으로 협력을 확대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쿼드 4국 정상들은 24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대면 회담에서 ‘우주와 사이버상의 기술에 대한 합의’를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공동 성명에 중국 견제를 위한 인공위성의 데이터 공유와 사이버 고위 관료 협의체 창설 등이 사전 합의됐다고 전했다.

/자료=요미우리 신문

4국 정상은 ‘우주 공간의 지속적, 안정적 이용을 위한 규범 책정’에 관해서도 쿼드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들어 중국과 러시아가 2030년대 달에 연구기지를 공동 건설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와 중·러 간의 전선이 우주 개발 분야에서도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쿼드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위성 데이터의 공유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지구관측위성이 수집한 사진 등을 4국 간에 공유해 기후변화 위험 분석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재해 예측 등에 쓰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인도가 안보 협력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 당장은 군사적 정찰 목적의 정보 수집 위성 데이터 공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관측위성의 데이터 공유가 장기적으로는 중국 견제 목적의 군사적 우주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요미우리신문은 “쿼드 4국은 해양 데이터를 집약해서 괴선박 탐지 등으로 연결하는 ‘해양 상황 파악’ 능력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위성 등을 활용한 협력을 거듭해 미래에 중국의 해양 진출 감시로 연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 주최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석한 이번 쿼드 정상회담은 지난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 구호 협력을 계기로 4국 간 협력이 시작된 이래 17년 만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다. 다음 달 퇴임하는 스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배려로 마지막 해외 방문 일정으로 쿼드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쿼드 4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우주 분야 협력이 필수적이란 주장은 그동안 미국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헤리티지 재단의 딘 청 선임연구원은 지난 2017년 보고서에서 “거리의 제약 때문에 쿼드 국가들의 군사 활동은 자주 서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를 제공하고 전달해 줄 우주 기반 시스템이 없다면 미군은 잠재적 적에 대한 정찰, 여러 부대 간의 정보 공유, 작전 조율, 최신 무기 조작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호주, 인도, 일본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2019년 ‘창어 4호’ 탐사선을 달 뒷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고, 지난해 ‘창어 5호’ 탐사선을 보내 달 표면 시료를 채취하는 등 적극적으로 우주 진출에 나선 것도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 4월 발간한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이 지구 저궤도에 건설 중인 우주 정거장이 2022~2024년 사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은 추가 달 탐사를 계획하고 있고 달에 로봇 연구소를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이 보고서에서 미 정보 당국은 또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국의 정보 우위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위성 정찰, 위성항법시스템(PNT), 위성 통신 등의 우주 서비스를 계속해서 그들의 무기 및 지휘통제 체계에 통합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저궤도 위성을 파괴하기 위한 지상 기반 위성 공격용 미사일을 전개한 중국이 “지상 기반 위성 공격용 레이저로 미국 저궤도 위성의 민감한 우주 광학 센서를 손상시키려고 하고 계속해서 위성 공격용 무기들을 전개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이런 예상 속에 미국의 군사 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디펜스’는 지난 4월 “쿼드는 반드시 우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빠른 속도로 위성 공격용 무기를 개발하고 인도도 이런 무기를 시험해 본 상황에서 “위협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 러시아에 외교적 압력을 가하며 인도와 협의해 나갈 수 있는 국제적 협력의 강화”란 취지였다. 또 중국이 달에 로봇 연구 기지를 만들려고 계획하는 등 우주 개발과 이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호주, 일본, 인도, 미국이 달과 관련해서도 더 긴밀한 협력을 할 것을 고려할 때”라고 분석했다.

이런 배경 속에 쿼드 정상 간의 우주 협력이 합의돼 앞으로 다차원의 공조 체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궁극적으로는 유사시 중국의 미사일·드론을 요격할 정찰 위성을 공동 운영하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군사 협력으로도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쿼드 4국 중 안보 협력에 가장 소극적인 인도는 작년 10월 미국과의 외교·국방장관 2+2 회의 후 서명한 ‘기본 교류 협력 합의(BECA)’를 통해 이미 미국의 군사 위성 정보를 받는 데 동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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