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미국 대통령과 책
“내가 찾은 피난처는 책이었다. 내가 지루하다고 짜증 낼 때, 나를 인도네시아 국제학교에 보낼 여력이 없을 때, 애 봐줄 사람이 없어 나를 데리고 일하러 가야 할 때 어머니는 으레 책을 내밀었다. 가서 책을 읽으렴. 다 읽고 나서 뭘 배웠는지 말해줘.”
버락 오바마 회고록 ‘약속의 땅’을 읽다가 이 구절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흑백 혼혈에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자란 오바마는 소년 시절, 자신이 “모든 곳에서 왔으면서도 어디에서도 오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질 때마다 책 속으로 도피했다는군요.
“바자회에서 오래된 양장본이 담긴 통 앞에 서 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떤 이유에선지 나는 관심이 가거나 막연히 친숙해 보이는 책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랠프 엘리슨과 랭스턴 휴스, 로버트 펜 워런과 도스토옙스키, D.H. 로런스와 랠프 월도 에머슨의 책들이었다.” 오바마는 그 책들을 모두 읽었답니다. “이걸로 뭘 할지는 몰랐지만, 내 소명의 성격을 알아내는 날엔 쓸모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조 바이든에게 영향을 준 책이 궁금해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을 넘기다 비판적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한 말을 발견했습니다. 바이든은 어린 시절 말 더듬는 버릇을 고치려 에머슨의 문장들을 통째로 외웠답니다. 특히 이 구절을요.
“유순한 젊은이들이 도서관에서 자라난다. 그들은 키케로, 로크, 베이컨의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 의무라고 믿는다. 키케로, 로크, 베이컨이 이 책을 썼을 때 단지 도서관에 있던 젊은이였다는 사실은 잊어버린다. 그리하여 ‘생각하는 사람’ 대신 책벌레가 생겨난다.”
이번 주 Books는 대선 주자들의 ‘인생 책’을 소개합니다. 흔히들 그 사람이 읽은 책을 보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다고들 하지요. 비판적 사고 없이 책 내용을 맹신하는 사람은 물론 경계해야겠지만.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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