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영 PD의 방송 이야기] "연휴 사절합니다"
허리 디스크가 도졌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TV를 봐야 할 것만 같은(!) 추석 연휴 덕분이다. 대개 방송쟁이들에게 연휴란 ‘연속으로 노동하는 주간’을 뜻한다. 연휴 동안 종일 지속되는 방송 시간표를 채우기 위해 정규방송에 특집, 스페셜 방송까지 더해지니 일이 곱절로 늘어난다. 다행히 배달 앱이 발달해 밥 먹을 곳조차 없는 설움은 좀 덜해졌지만, 이러나저러나 다른 사람들은 쉬는 연휴에 일하기란 괴롭다.
올해 TV조선에선 추석 특집 콘서트 두 편을 제작했다. ‘달뜨는 소리’는 ‘미스트롯2′ 멤버들이 앞으로 펼쳐갈 다양한 음악 활동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특집이었다. 김수희, 김완선, 노브레인, 빅마마 등 국가대표급 가수들과 밴드 두 번째 달, 상자루가 미스트롯2 멤버들의 파트너가 돼 종합 선물세트 같은 무대를 선사했다. 기획과 섭외, 연습까지 사전 제작만 5주가 걸린 나름 대형 프로젝트였다.
추석 그다음 주까지 2주에 걸쳐 방영되는 ‘TOP6의 선물’은 ‘미스터트롯’ TOP6 멤버들의 남다른 의지에서 시작됐다. ‘사랑의 콜센타’를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예능 프로로 만든 건 그들의 공이 9할이건만, “시청자들 응원과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정을 쪼개 사전 인터뷰를 하고 밴드, 안무팀과 호흡 맞추느라 땀을 쏟았다. TOP6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제작진도 온 정성을 기울인 건 당연지사! 덕분에 콘서트 못지않은 다채로운 무대들이 진심 어린 이야기와 함께 펼쳐지고 있다.
작년에 방영된 ‘트롯어워즈’만큼 초대형 행사는 아니지만 나름 알차게 준비한 두 특집 콘서트는 많은 팬에게 “추석 연휴를 행복하게 만든 선물 같은 무대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 뒤엔 비밀이 하나 있다. ‘달뜨는 소리’와 ‘TOP6의 선물’을 단 세 명의 피디가 전담 제작했단 사실이다. 작가와 외주 스태프들이 있다곤 하지만 연달아 방영되는 두 시간 가까운 특집 세 편을, 세 명의 피디가 만들었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다. 그것도 ‘사랑의 콜센타’ 정규방송을 소화해가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이 스케줄 덕에 세 사람에게 연휴는 남 얘기가 되고 말았다. 더 많은 인력을 지원해주지 못한 원죄 탓에 함께 편집하고, 시사하고, 믹싱하다 보니 나 역시 추석을 방송 자막으로만 느끼고 지나갔다. 그럼에도 이 어리석은 방송국 ‘者’들은 “양지은 매력에 또 빠졌다” “홍지윤 무대 찢었지윤” “역시 TOP6 무대는 빛이 난다” 등의 댓글을 보면 물리치료를 받다가도 속없이 웃고 마는 것이다.
달력을 석 장 넘기면 또 설이 온다. ‘연휴 사절’이라도 써 붙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그 옛날 ‘신문 사절’ 글자 아래 신문이 부득부득 밀고 들어왔듯 명절은 또 어김없이 찾아올 테고, 방송쟁이들은 노동할 것이며, 세상은 조금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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