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실 가득, 혈관 같은 빨간 실.. 이것은 생명인가 죽음인가

이기문 기자 입력 2021. 9. 25.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백민석 지음|알에이치코리아|256쪽|1만6000원

등단 26년 차 소설가가 영화, 미술, 도서, 철학의 렌즈를 이리저리 끼어가며 예술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 비친 예술은 세상만큼이나 빠르게 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만을 좇지 않게 됐지만, 아름답고 추한 것의 기준도 변할뿐더러 그 구분도 무의미해졌다. 현대인들은 미추(美醜)를 별 갈등 없이 선택하고 누린다. 상품은 예술품만큼 아름답고, 예술품이 시장에 들어오면 가격이 붙기에 ‘쓸모없는 아름다움이 곧 예술’이란 정의도 맞지 않는다. “이 세상에선 모든 게 생산되고 모든 게 수용되고 모든 게 팔린다. 기준도 경계도 없다.”

그 모호한 경계에서 작품의 의미는 싹트고, 해석의 여지는 열린다. 일본 설치미술 작가 시오타 지하루는 빨간색 실로 전시실 내부를 가득 채운다. 빨간 실은 마치 혈관처럼 보인다. 혈관을 흐르는 피는 곧 생명을 상징한다. 서로 피를 나누듯 나와 타인을 근원에서 이어주는 매개인 것이다. 그러나 피는 혈관 속에 안전하게 있을 때만 기능을 한다. 바깥으로 흘러나온 피는 삶의 허무,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빨간 실은 생명인가, 죽음인가. 이렇게 예술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유를 촉발하는 힘까지 예술의 일부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