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가 아프간 사태 해결사였다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41) 카타르 국왕이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 연단에 올랐다. 그는 국제사회를 향해 “탈레반과 대화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들을 거부하는 것은 대립과 반발을 부를 뿐이며, 대화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사태는) 승리나 패배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 협상 때부터 아프간 사태에 관여해온 카타르의 역할을 집중 부각했다.
면적(1만1581㎢)은 경기도와 유사하고 인구(293만명)는 인천광역시와 비슷한 걸프만 반도 국가 카타르가 아프간 사태의 중재자 겸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카타르는 지난해 2월 수도 도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 협상을 중재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뒤에는 외국인들이 카불을 탈출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탈레반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카타르는 2013년 수도 도하에 탈레반 사무실을 마련해주며 탈레반과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주요국 지도자들은 최근 타밈 국왕에게 자국민 탈출을 도와준 데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미군 완전 철군 뒤에도 아프간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외국인들을 카타르항공 전세기가 지난 10일 도하로 실어 나른 것은 카타르의 역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중동 문제 칼럼니스트 알리 아보 레제그는 터키 아나톨루통신에 “아프간전 종전 국면에서 카타르가 최대의 승자로 떠올랐다”고 했다.
카타르는 향후 아프간 정권의 정착 과정에 있어 해결사를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만 세 차례 인도적 지원품을 카불로 보냈고, 공항 시설 수리를 위한 기술팀도 파견했다. 탈레반 후원자로 인식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여론전에도 주력하는 양상이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카타르 외무장관은 22일 CNN 인터뷰에서 “아프간 여성들이 부당하게 대우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보호령에서 1971년 독립한 카타르는 석유·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으로 쌓은 국부를 바탕으로 국제 문제에 적극 관여하며 중재자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해왔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전략으로 영향력을 부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타르는 미국을 핵심 안보 파트너로 삼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국가지만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등거리 외교 정책 때문에 곤경에 처한 적도 있었다. 카타르의 노선에 반발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4국이 2017년 6월 단교를 선언했다가 미국의 중재로 올 초 복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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