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리더 세종은 왜 운동을 멀리했을까
유명인들 앓았던 주요 질환 추리
왕조실록 보면 세종 눈·허리 통증
'강직성 척추염' 증상과 비슷해
'뼈 모양 건축가' 가우디는 관절염
철학자 니체는 뇌종양 환자 가능성
“주상(세종)은 사냥을 좋아하지 않으시나, 몸이 비중(肥重)하시니 때때로 나와 산책하고 운동해야 합니다. 문(文)과 무(武), 어느 하나만 집중하면 안 됩니다.”
세종실록에서 태종이 아들인 세종에게 전한 말이다. 여기서 ‘비중’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 ‘살이 쪘으니 움직이라’고 채근하는 것이다. 심지어 태종은 “운동을 한 수 가르쳐 주겠다”며 세종을 달래는 듯한 모습마저 보인다. 이는 당시 세종의 건강 상태를 짐작게 한다.
저자가 세종의 통증을 종류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강직성 척추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세종의 건강과 관련한 기록을 살펴보면 눈병 12번, 허리 통증 6번, 무릎 통증 3번, 목마름 증상 2번, 살 빠지는 증상 1번이 언급돼 있다.
연령별로 분석하면 허리 통증은 20대 초반에 시작해 30대까지 심해지다 낫기를 반복했다. 눈 통증은 40대부터 악화되더니 호전과 악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기록에는 그의 증상들만 언급돼 있을 뿐, 실제 그가 어떤 병을 앓았는지는 불투명하다.
현대 의료기술을 토대로 기록에 남겨진 증상들을 봤을 때 강직성 척추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겨 허리 뼈가 대나무처럼 굳고, 합병증으로 포도막염을 일으킨다. 기록에 있는 눈 통증도 강직성 척추염의 전형적인 증상이라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세종이 활동하기 어려운 질병을 앓으면서 살이 찌고 건강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종 외에도 안토니 가우디와 도스토옙스키, 모차르트, 로트레크, 니체, 모네, 밥 말리 등 유명인들이 앓은 질환도 추적한다. 뼈 모양을 연상케 하는 건축물로 잘 알려진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는 어려서부터 뼈 건강이 좋지 못했다. 가우디는 관절염 때문에 입학이 늦었고, 둘째 형의 등에 업히거나 나귀를 타고 등교했다. 또 관절통을 줄이기 위해 밑창이 푹신한 신발과 2겹의 양말을 신고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엉덩이나 무릎 같은 큰 관절이 아닌 발의 작은 관절이 파괴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온종일 관절통을 신경 써야 하는 그가 뼈를 형상화한 건축물을 고안해낸 것은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가우디의 이런 증상들로 봤을 때 어린 나이에 주로 발생하는 ‘소아기 특발성 관절염’에 걸렸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의 걸작을 남긴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간질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평생 도박꾼으로 유명했는데, 도박으로 유산과 원고료를 모두 날리는 것은 예사였고 원정 도박에 나섰다가 돌아올 경비마저 잃기 일쑤였다. 이는 간질 탓이 크다고 저자는 말한다. 간질 발작 환자는 평범한 사람보다 흥분신경 전달물질이 많아서 도박이 주는 자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철학자 니체는 신경 대목에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저자는 그가 매독에 걸렸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한다. 신경 매독 환자는 식욕이 없고 팔다리를 심하게 떠는 증상을 보이는데, 오히려 니체는 폭식을 하거나 손편지를 쓰고 피아노를 칠 정도로 떨림 증상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니체의 극심한 두통과 불면증, 발작, 성격 변화 등의 증상은 뇌종양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커다란 종양이 니체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자라면서 뇌와 신경을 압박했고, 이는 복시(하나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것)와 어지럼증, 성격 변화 등을 초래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저자는 이들이 앓고 있던 질환 이전에 질환을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한다. 당대에 정신병이나 간질을 하늘의 벌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다. 그는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는 것을 오늘날 의료진의 역할로 본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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