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틈타 독재는 싹튼다

배영대 입력 2021. 9. 2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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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의 법칙
독재의 법칙
한병진 지음
곰출판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다.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으로 원시적 싸움 상태를 표현했다. 민주주의 시대라고 해서 권력투쟁의 본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도로 순치될 뿐이다. 시민 다수가 힘을 합쳐 권력의 범위를 제한하는 데 성공한 결과다. 하지만 시민들이 권력을 제어할 힘이 없을 때 권력은 그 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이런 전제 아래 정치학자인 저자는 각종 독재의 흥망성쇠를 조명하고 있다.

저자가 볼 때, 독재의 핵심은 총·칼·카리스마가 아니다. 독재를 민주주의의 대척점에서만 바라보지도 않는다. 독재가 작동하고 유지되는 데는 수많은 조건이 결합해야 한다. 혼탁한 정보와 속임수, 거짓 여론이 독재의 주요한 밑거름이다. 이런 가운데 많은 엘리트가 다수의 선택에 자신의 선택을 맞추는 ‘조정(coordination)’이 이뤄진다. 정보와 여론, 그리고 엘리트의 조정이 저자가 독재를 분석하는 핵심 개념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한다면, 잘못된 정보를 쉽게 믿어버리는 사람들의 순진성이다.

일상생활에 바쁜 보통 사람들이 각종 기만술에 능한 정치인의 행동을 일일이 관찰할 수는 없다. 그 틈을 타서 견제되지 않은 권력, 남용되고 오용되는 권력은 독재로 전락할 수 있다.

독재 분석은 민주주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제도가 바로 선거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선거는 권력을 남용하고 헌법을 위반하는 모리배를 심판하는 혁명적인 기회다. 독재와 민주주의를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공정한 선거인 셈이다.

선거와 함께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핵심 제도가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다. 독재자는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를 싫어한다. 이 책에는 그와 관련된 해외 사례와 여러 독재의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그저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우리 역시 ‘나쁜 권력’에 의해 억압받고 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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