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하다 죽는 청년, 근로 실태 들췄더니

윤혜인 입력 2021. 9. 25. 00:21 수정 2021. 9. 2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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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강혜인·허환주 지음
후마니타스

바야흐로 플랫폼 시대다. 전날 밤 주문한 식자재가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배송되고, 허기가 지면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한다. 플랫폼 기업은 최근 몇 년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 우리 생활 곳곳을 장악했다. 택시·대리·가사·법률 상담까지 거의 모든 걸 플랫폼 앱에서 해결할 수 있다.

빠르고 간편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편의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쉽사리 플랫폼을 벗어나지 못한다. 소비자가 몰리면 서비스 제공자도 몰리는 법. 네트워크 효과로 플랫폼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몸집을 키워 왔다.

이 책은 우리가 플랫폼이 주는 편리함에 취해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면의 문제들을 조명한다. 어제 쓴 원고를 오늘 버려야 할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는 ‘거인’ 플랫폼 산업을 뒤쫓은 두 기자의 작은 발걸음을 담고 있다. 각각 현역 7년차 기자 강혜인과 13년차 기자 허환주는 18~24세 청년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 사고 원인을 계기로 플랫폼 취재에 나섰다. 보통 산재 사망 사고가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것과 달리 2018년에 사망한 청년 30명 중 12명은 오토바이 배달 중 사망했다. 인터뷰만으로는 노동 여건을 알아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두 기자는 동행 취재를 결심한다. 배달원과 함께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오토바이를 빌려 라이더를 쫓는다.

이후 자전거 배달, 도보 배달, 자동차 배달 등 직접 라이더가 되어 직선거리로만 이동 소요 시간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의 맹점과 특수고용노동자의 위치를 경험한다. 배달 노동자 문제는 자영업자의 고충, 수수료 인상, 플랫폼의 시장 독점 문제로 확산된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할인을 동원해 시장을 점유한 뒤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는 플랫폼의 문제를 짚는다. 한 가지 직업에서 버는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해서 플랫폼 산업에 뛰어든 이들을 보며 플랫폼 성장의 이면엔 번듯한 직장 하나 가지기 힘든 사회가 있음을 지적한다.

윤혜인 인턴기자 yun.hy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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