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는 없다, 시대적 욕망 대변하는 '사이다' 효과 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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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비주류 문화’ 웹소설 열풍
최근 웹소설이 주목받게 된 데는 미디어와 콘텐트의 파편화라는 현상이 있다. 각자의 취향만큼이나 다양해진 콘텐트 시장에서 서브컬처의 위상 또한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그런데 웹소설처럼 특정한 세대와 젠더 공동체가 가진 확고한 취향을 드러내고, 그것을 선명한 이야기 장르의 문법으로 풀어내는 콘텐트는 흔하지 않다. 특히 독자들의 동시대적인 욕망을 즉각 반영한다는 점에서 지금 시대에 알맞은 호흡을 가졌다.
웹소설은 적어도 현실을 개선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고, 더 나은 방식으로 개선하고자 분투하는 장르다. 가장 큰 특징은 독자들의 예측 범주를 넘어서기보다 효과적으로 충족하거나 비트는데 그친다는 점이다. 흔히 클리셰를 평가절하하고 비판하는 진지한 비평적 관점들과 달리, 장르의 문법에 충실하거나 세련되게 갱신함으로써 만족감을 준다.
이야기 골격 살리며 더 세련되게 확장
세속적으로 보일지라도 웹소설은 우리 시대의 상징적인 마스터플롯 중 하나다. 마스터플롯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문화에 있어서 반복되어 출현하는 이야기 골격을 가리키는데, 하나의 사회 공동체가 공유하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표현하고,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상적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독자들은 웹소설을 통해 허구의 영역에서라도 시련과 갈등을 해결하고 싶어한다. 웹소설의 문법을 이해하려면 우선 웹소설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를 받아들이고, 동시에 그러한 현상이 압축하고 있는 공통적 인식과 정치적인 무의식을 짐작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레이드물을 기준 삼아 판타지 웹소설이 현실사회의 능력주의를 극단화한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등장인물들이 책 속의 허구 세계로 들어가는 ‘책빙의물’로 구분되는 『전지적 독자시점』은 지구멸망의 위기에서 혼자만 책의 결말을 알고 있는 주인공 ‘김독자’가 능력주의와는 구별되는 해법을 추구한다. 웹소설의 특징이기도 한 이야기 독자들과의 대화 가능성을 환기하여, 폐쇄적인 허구 안에 갇혀 있는 인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는 메타적 장르로 거듭나는 것이다. 『전지적 독자시점』이 뛰어난 성취를 거뒀다고 평가받는 것도 웹소설이 지향해야 할 더 넓은 공감의 가능성을 환기했다는 점에서다.
가상 시뮬레이션 통해 역동적 힘 얻어
남성들에게 현대적인 판타지 소설이 인기라면, 여성취향 웹소설은 사실상 로맨스 판타지(로판)로 요약된다. 엄밀히 말해 로맨스 판타지는 로맨스의 하위장르로, 무대를 일종의 중세-근세 언저리의 서구적 세계관으로 구체화할 따름이다. 로판에서 로맨스의 양상은 기존의 로맨스 장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로맨스란 주인공들 사이에 발생하는 물질적-심리적 장애물과 갈등을 다루며, 결과적으로는 장애와 갈등을 극복한 주인공들 사이의 결합을 통해서 상징적인 사회적 재구성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웹소설은 저마다의 갈등의 논리와 해결 방식을 구체화하면서 우리 시대의 욕망을 대변하는 보편적인 이야기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거대 플랫폼들이 제시하는 장르 구분이 새로운 장르적 다양성을 시도하기 어렵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웹소설은 플랫폼의 독점 상품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 사이 역동적인 시스템 위에 놓여 있는 공유지의 성격을 가진다. 웹소설의 한계보다 그 포괄적인 설득력과 향후의 변화 가능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인성 문학평론가·부산가톨릭대 인성교양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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