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수사, '제2의 조주빈' 막을까..범죄유발 우려도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발본색원 계기 돼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4일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일부개정법률에 따라서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사회적 약자인 아동·청소년의 성을 착취하는 범죄를 발본색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우려도 따른다. 경찰이 되레 범법 행위에 빠질 가능성이 없지 않고, 실적을 위해 범죄를 유도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체포를 위해 경찰이 일시나마 범죄 행위를 바라보거나 참여하는 게 정당한지 역시 두고두고 논란거리다.
◆ 지능화되는 범죄, 수사도 전문화돼야
지난 2월에 국회를 통과해 3월 공포된 청소년성보호법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에 담긴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입법 조치'이기도 하다.
핵심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위한 '위장수사' 특례를 신설했다는 점이다. 경찰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와 관련된 증거와 자료 등을 수집하는 신분비공개수사나 법원 허가를 받아 위장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법원 허가가 있으면 신분 위장을 위해 신분증을 비롯한 문서와 전자기록 등을 작성·변경해 행사할 수 있다. 위장신분으로 성착취물 소지·판매·광고까지 할 수 있게 했다.
일단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가 은밀하게 발생하고 있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심각해 필요한 조치"라고 바라봤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범죄는 지능화되고 있으므로 수사 또한 전문화돼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인 아동·청소년을 착취하는 범죄를 발본색원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범죄 의도' 유발하거나 범죄에 개입할 여지도
다만 함정수사 때 줄곧 논란이 된 '범죄 의도 유발' 문제는 여전히 물음표다.
그동안 법원은 경찰의 함정수사를 위법하다고 판단해 왔다. 지난달 18일 대법원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게임장 주인 이모 씨에게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씨는 게임 점수를 현금으로 바꿔주고, 손님들끼리는 게임 점수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해 기소됐다. 모든 혐의를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과 달리 항소심은 경찰의 '함정수사'가 위법했다며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박모 경사는 게임장 손님으로 위장해 이씨에게서 게임 점수를 환전받았다. 경찰이 이 씨의 범죄 행위를 유도한 것이다. 대법원은 환전 행위는 위법 수사라고 판단했다.
이 판례처럼 이번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위장 수사에서도 범죄의도를 유발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오히려 범죄를 적절하게 형사처벌하기 어렵게 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위장수사 도입 취지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다만 범죄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범죄에 개입할 가능성 역시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경찰은 이번 법률 시행에서 '범의유발형' 등 위장수사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본래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유발하지 않도록 하며, 피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법률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분 위장수사는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긴급할 때는 사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만큼 시행착오를 거쳐 보완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장수사가 허용된 자체로 범죄 예방 효과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고쳐 나가면 될 것"이라고 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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