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게임 실패? '추석 특수' 노린 백화점 명품 오픈런..느슨한 거리두기 여전 [밀착취재]
추석 연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증가세에도 '오픈런' 행렬 이어져
명품 매장 확진 잇따르지만 방역 조치는 '글쎄'

“추석 연휴라 널널할 줄 알았는데 ‘눈치 게임’ 실패했죠, 뭐”
“인근 호텔에 추석 기념으로 ‘호캉스’(호텔+바캉스) 온 김에 처음 참여해 봤어요”
한가위 연휴 시작을 알리는 주말이었던 지난 19일 오전 8시30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는 개점까지 두시간 남짓 남았는데도 이미 인파로 북적였다. 샤넬이나 롤렉스 등 명품을 구매하려고 기다리는 이른바 ‘오픈 런’(Open Run·개점 시간 전 대기했다가 오픈과 동시에 매장으로 질주하는 것) 행렬이었다.
정부가 추석 연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거리두기 단계를 연장하는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한 것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특별대책이 무색하게도 오히려 ‘연휴이니 대기 인원이 적지 않을까’라며 추석 특수를 노리는 이들로 붐볐다.

신관 건물 외벽을 둘러싼 행렬은 건물 한 바퀴를 채운 것으로 모자라 인근 지하철역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기나긴 대기 시간을 대비해 캠핑용 의자나 돗자리, 우산, 담요, 두꺼운 외투 등 만반의 준비로 ‘무장’한 이들이 심심찮게 발견됐다. 텐트 안에서 여유롭게 단잠을 청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롤렉스 판매점 앞 대기 행렬의 맨 앞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34)는 “오전 9시에 도착했다”며 피곤해 보이는 다른 대기자에 비해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두번째 대기자는 오전 4시부터 왔다더라”고 물으니 조심스레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조금 전에 ‘바통터치’를 했다”고 답했다.
이어 “추석 연휴라 오픈런이 더 치열해질 것 같아 어젯밤 9시부터 알바를 세워뒀다”며 “리스크를 감수하고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롯데백화점 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오전 10시가 다가오자 대기줄은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아들 선물을 사러 왔다는 주부 이모씨(56)는 “지난 주말에는 오전 9시 정도 도착했는데, 뒤에 이만큼 대기자가 없었다”며 “세번째 오픈 런 시도인데, 연휴라 그런지 대기줄이 더 촘촘하고 긴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연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오픈 런에 대한 방역 우려가 커졌으나 업체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모양새다. 느슨해진 시민의식 또한 쉽게 목도할 수 있었다.
먼저 오픈 런 대기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백화점 개점 시간이 다가올수록 ‘야외 두팔 간격 건강 거리두기’(최소 1m)는 급격히 무너졌다. 대기자들이 가져왔던 짐을 정리하면서 간격은 금세 30㎝ 정도로 좁혀졌다.

직원들이 직접 나서 ‘거리두기를 지켜달라’고 부탁하자 줄 간격이 잠시 넓어지는가 싶더니 대기줄이 점차 줄어들자 금세 다시 앞사람과의 간격이 좁아졌다.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로 개점도 전에 대기번호가 마감되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월에 이어 지난 7일에도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 샤넬 매장은 직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폐쇄된 바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도 집단감염 사태로 확진자가 속출했지만 방역 측면에서는 느슨한 오픈 런은 여전한 형편이다.
이에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전자출입명부 의무시행 안내를 꾸준히 하고 있고, 카카오톡으로 대기표를 배부해 밀집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매장 관계자도 “외부에 안전거리를 확보한 대기줄이 형성되도록 안전봉을 설치해두고 있다”면서도 “영업시간 이외 밤이나 새벽에 대기하는 것까지 모두 관리할 수는 없다”고 하소연했다.
글·사진=김수연 인턴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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