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종전선언 흥미롭다"며 적대정책 철회 요구..청 "대화메시지"
미국, 비핵화 전 유인책에 소극적·주한미군 영향도 우려..남측 중재역할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김경윤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공개 제안한 지 이틀 만인 2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흥미 있는 제안"이라며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등 종전선언 성사를 위한 조건을 내건데다 미국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유인책으로 종전선언을 활용할 생각이 없어 보여 정부가 중재자로서 북미 양측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이날 두 차례 당국자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먼저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하여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7시간 뒤에 나온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며 가능성을 더 열어두면서도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간 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며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이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잣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 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이중잣대'는 남측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을 진행하면서 북측의 탄도미사일 발사만 도발로 규정하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결국 대북제재에 대한 불만이다.
리 부상의 담화가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면, 김 부부장은 종전선언과 남북관계 개선을 시사하면서 남측이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달라고 당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대화 가능성에 우선 주목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YTN '더 뉴스'에 출연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북한의 요구에 미국이 응답하고, 이를 북한이 받아들여 대화가 이뤄진다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며 문 대통령 임기 내 종전선언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북한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면서 "북미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담화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2019년 11월 14일로 당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종전선언을 "부차적인 문제"로 규정했다.
그랬던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시 관심을 표명한 만큼 향후 정부는 미국과 종전선언 추진 방안을 적극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남북미중 정상이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여 종전을 선언할 기회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종전선언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선뜻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대화 분위기가 조성이 안 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일단 조건 없이 대화를 시작해야 종전선언이든 제재 완화든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을 어떻게든 대화 테이블에 앉히려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한국 정부와 결이 다른 부분으로, 자칫 한미 간 불협화음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는 23일(현지시간) 한미연구소(ICAS) 주최 대담에서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주둔이나 한미동맹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는 잘못된 인상을 북한에 주면 안 된다는 것이 미국의 우려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종전선언 이후 한반도에 더 주둔할 필요가 사라졌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주장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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