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이 탄소중립 지지하면서 축산업은 줄이지 않는 이유

최윤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명예교수 입력 2021. 9. 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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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해 8월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회의 보고서엔 전 세계가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하면 2021~2040년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른다는 분석결과가 담겼다.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생태계와 인간계가 높은 위험 상태에 들어가 질병과 빈곤에 시달리고 물 부족을 겪는 인구가 급증한다. 1.5도 상승은 대규모 기상이변이 생길 위험이 있는 최후의 방어선 온도이다.

한국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11위권에 속하는 위험 국가다.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의 합을 0으로 맞추는 ‘탄소중립 추진전략’ 로드맵을 발표했다. 축산 분야의 내용을 살펴보면 저탄소 가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축분뇨 자원순환을 확대하고, 가축에게 저메탄·저단백질 사료를 보급하며, 배양육(세포공학기술로 생산하는 식용 고기) 등 대체 가공식품 확대를 통해 사육 가축 수를 줄이고 축사와 양식장의 시설을 개선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축산업을 점차 축소하고 배양육 등 대체 가공식품을 확대하겠다는 결정은 축산업이 탄소(메탄가스) 배출의 주범이란 잘못된 오해에 기반을 둔 매우 잘못된 정책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살펴보면 농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이고, 이 중 축산업은 1.3%에 불과하다. 더구나 축산업계는 이 적은 비중마저 줄이고자 오랜 기간 다양한 연구와 실천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노력과 실천은 미국의 사례를 통해 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미국의 축산업계가 1970년부터 탄소 배출량을 계속 줄여왔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미국 등 북미산 소고기 생산시스템은 다른 많은 나라의 시스템과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매우 낮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본적으로 반추(되새김)동물인 소는 트림·방귀 등을 통해 미생물이 섬유소를 분해·발효하는 과정에서 위 안에 생성된 메탄가스를 내보낸다.

미국 축산업계는 풀보다 곡물을 같이 먹여 소를 사육하는 것이 메탄가스 양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아내고 사료 배합 비율을 바꿈으로써 1975년 이후 미국 내 메탄가스 배출량을 약 34%나 감소시켰다.

미국의 축산업이 환경친화적으로 바뀐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고품질 사료, 열 스트레스 저감, 동물 유전학 개선, 생식능력 향상, 빠른 성장 유도 등을 꼽는다. 이런 요인들은 미국의 소고기 생산성을 높이면서 탄소 배출량과 물·토지·사료 등의 천연자원 사용을 줄여갔다.

미국 정부는 축산업의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연구를 지속해서 지원할 뿐, 이 산업을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는 않는다. 전 세계 소의 6%를 사육하고, 소고기 생산량이 18%에 이르면서도 탄소중립을 무엇보다 지지하는 미국의 이런 행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축산업자 사이에서 소고기는 일종의 지속 가능한(sustainability) 식품으로 통한다. 소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부산물을 고품질 단백질과 소중한 영양소로 바꿔주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소가 일생 먹는 사료의 90%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물 또는 식용식물의 비(非) 가식 부위다. 소는 자신이 섭취한 단백질량보다 1.2배 많은 단백질을 돌려준다. 이런 맥락에서 축산업을 지지하는 미국의 결정은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하는 결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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