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본 섹스토이 산업 [책과 삶]
[경향신문]

혼자서도 잘하는 반려가전 팝니다
안진영 지음
휴머니스트 | 216쪽 | 1만5000원
저자는 2016년 여성 전용 섹스토이숍을 설립한 20대 여성 사업가다. 책은 페미니즘 서적이자, 성공한 사업가의 비즈니스 일지이자, 섹스에 관한 저자의 체험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섹스토이숍을 운영하면서 여성과 여성의 성을 향한 부당한 시선을 수없이 경험했다는 점을 통렬하게 적어냈다.
저자가 반대하는 건 여성이 성적 욕구를 감추는 게 미덕인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불필요한 엄숙주의, 여성을 ‘성욕 해소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섹스토이 산업의 현주소, 대부분 섹스의 초점이 남성의 욕구 해소에 맞춰진 현실이다.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이 할애된 건 섹스토이 산업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남성용 자위 기구는 여성을 모방함으로써 여성을 대체하고, 여성의 존재를 ‘섹스를 위한 구멍’으로 축소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섹스토이가 성기의 모양을 띠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유독 남성용 상품에 본질적 기능과 관계없는 외피가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육체적 쾌락 대신 누군가를 ‘따먹는다는’ 정신적 착란을 주는 제품”이라고 표현했다. 섹스돌은 이 같은 맥락의 구현이 극대화된 경우다.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말을 하거나 반항하는 몸짓을 하는 섹스돌도 생산되고 있다. 자위라는 기능보다 여성을 모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성적 대상화’의 전형이다.
저자는 섹스토이가 “파트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자기주도적 쾌락을 찾아가는 여정의 든든한 동무”이기 때문에 ‘반려가전’이라는 이름이 가장 어울린다고 봤다. 저자의 체험기를 따라가다 보면 여성친화적인, 여성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섹스토이를 유통하겠다는 그의 철학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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