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완벽할 수도, 완벽할 필요도 없다 [책과 삶]
[경향신문]
완벽한 생애
조해진 지음
창비 | 176쪽 | 1만4000원
삶은 완벽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를 떠나, 삶이 완벽할 필요는 있는 걸까. 소설가 조해진의 신작 <완벽한 생애>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경장편 소설이다.
소설은 인물들이 각자 기반을 두고 있던 공간을 도망치듯 떠나며 시작된다. 직장을 그만두고 돌연 제주로 향한 ‘윤주’, 윤주의 제주생활 동안 그 방을 빌려 쓰며 서울을 여행하게 된 홍콩인 ‘시징’, 꿈을 접고 제주로 이주한 ‘미정’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인물들은 발버둥치며 지탱해온 자신의 삶과 노동이 타인에게 너무도 쉽게 비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무너지기도 하고, 한때는 너무 거대했던 사랑과 신념이 고통으로 돌아와 이를 “잘게 조각내는 일”을 시도하기도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비정규직 문제나 제주 난개발 문제, 베트남전쟁, 홍콩 민주화 시위, 세월호 참사 등 시대적 상흔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여전히 그 상처 안에서 살아간다. 소설은 이제 막 ‘가벼워지는 연습’을 시작한 이들이 서로의 곁을 내어주며 자기 자신과도 화해하는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 보인다. 익숙한 곳을 떠나 타인의 방에서 숨을 고르는 인물들은 윤주가 시징에게 보내는 편지 속 글처럼, 모두가 “이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일 뿐”임을 받아들이며 서서히 회복해 나간다.
조해진은 작가의 말에서 “신념을 따르고 사랑에 진심일수록 상처받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면서 “생애는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고 어디로 가는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이 생애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서로에게 ‘살아 있음’의 증인이 되어주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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