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바이러스만 들여다보지 말고 뉴욕·런던·홍콩을 들춰라 [책과 삶]
[경향신문]
죽은 역학자들
롭 월러스 지음 | 구정은·이지선 옮김
너머북스 | 308쪽 | 2만1000원
지난해 3월,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는 코로나19를 앓고 있었다. 그는 2016년 전작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을 통해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기원을 일찍이 짚어낸 역학자지만, 자신의 폐 속으로 침투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선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전작에서 월러스가 짚어낸 팬데믹의 기원은 바로 ‘초국적 거대 농축산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그는 지난해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의 현실을 몸소 겪어내며 전작의 주장을 날카롭게 벼려냈다.
월러스는 여전히 거대 농축산업을 이르는 애그리비지니스(Agribusiness)를 문제의 근원으로 지적한다. 동물들의 유전적 방화벽을 없애는 공장형 축산이 바이러스의 ‘이주’ 현상을 지속적으로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실시간으로 번져가는 팬데믹 상황의 생생한 해설, 그리고 책 제목이 된 ‘죽은 역학자들’에 대한 비판을 더한다.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만 들여다볼 뿐 병원체가 등장하는 더 큰 인과관계를 보지 않으려는 역학자들 역시 문제의 한 원인이 된다는 논조다.
코로나19 확산 2년이 다 돼 간다. 저자는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애그리비지니스로 인한 전염병의 진화가 어떠한지 그 양상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일까? 저자는 주류 과학계가 자본에 포섭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중국, 인도 등 발병 지역의 야생 먹거리 시장만 거론할 것이 아니라, ‘관계적 지리’를 고려해 세계 자본의 원천이 되는 뉴욕, 런던, 홍콩 등이 감염병의 핫스팟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자본이 아닌 사람을 위한 팬데믹 연구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결론이 자연스레 뒤따른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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