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 "언론중재법, 세계 언론에 잘못된 메시지 줄 수도"
[경향신문]
“징벌적 배상 비례성 원칙 어긋나”
문 대통령 “문제 제기 검토돼야”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허위·조작 보도를 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국제적으로 언론 자유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칸 특별보고관(사진)은 24일 국내 언론과의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칸 특보는 지난달 27일 한국 정부에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통신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통신문 전달 이후 여야는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오는 27일로 미루고 ‘8인 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주요 쟁점의 입장차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 삭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 시 손해액의 최대 3배 혹은 5000만원 추징 등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한 상태다.
그는 “통신문 전달 이후 한국 정부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일부 개정안에 변경사항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수정한다면 개정안의 가장 심각한 요소들이어야 한다. 단어 한두 개나 주변부 이슈에 대한 수정은 충분치 않다”며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 과도한 배상문제(징벌적 손배)는 법제화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칸 특보는 “가장 큰 우려는 허위정보 보도를 이유로 비례성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원칙을 언론에만 부과한다는 것”이라며 “징벌적 손배는 중대한 위해에 대해서만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다. 미디어산업이 대상이 되면 넓게는 민주주의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이 통과되면, 한국을 언론 자유의 롤모델로 생각하는 다른 국가들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며 “한국 국회는 개정안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국제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에는 8인 협의체에 대해 “언론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가 모두 중요하기에 사회적인 소통과 열린 협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희진·정대연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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