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 선명" 이유로 윤창호법 무죄, 2심서 뒤집혔다
[경향신문]
1심 “음주운전 맞지만 경위 기억”
2심은 “불법 좌회전 판단력 저하”
음주상태에서 차를 몰고가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윤창호법’ 위반 혐의에 무죄 판단을 한 1심을 뒤집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1심은 “음주운전은 했지만 운전자의 눈빛이 선명해 보이는 등 의식이 명확한 것으로 보인다”며 윤창호법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해 논란을 불렀다.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는 최근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 A씨(51)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A씨는 지난해 9월 술을 마시고 승합차를 운전하다 대전의 한 교차로에서 B씨(23)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입대를 앞두고 있던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3시간여 만에 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0%였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발생 시 ‘윤창호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윤창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대신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윤창호법’은 2018년 12월18일 시행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과 2019년 6월25일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을 통칭하는 것으로, 이 법에 따른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의 형량을 기존 ‘1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대폭 높였다.
1심은 윤창호법을 적용하 기 위해서는 A씨가 음주로 정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지만 음주측정 당시 사진을 보면 A씨의 눈빛이 비교적 선명하고, 다음날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도 사고 경위를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며 해당 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쌍방항소로 진행된 항소심은 그러나 A씨가 사고 당시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보고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윤창호법을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직전까지도 피고인은 피해자 오토바이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며 “사고 직후에는 다른 사람 말을 듣고서야 사고를 인식하는 등 주의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무모한 불법 좌회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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