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4학기째 텅 빈 대학가..사라지는 '추억의 상점들'

이희령 기자 2021. 9. 2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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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 학기가 시작된 9월이지만 대학 교정엔 벌써 네 학기째 학생들이 없습니다. 학생들도 답답하지만 대학가 상인들은 더 막막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2학기를 맞은 서울의 한 대학교입니다.

평소 같았다면 북적였겠지만 한산한 분위기입니다.

[김준우/대학교 2학년 : (축제를) 비대면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이번에 인원이 몇 명 필요하다고 해서 나오게 됐습니다.]

학교 건너편에 있는 게시판입니다. 원래 학생들이 보도록, 원룸 세입자를 구하는 홍보문 같은 것들이 붙어 있는 곳인데 지금은 비어 있습니다. 오래 전에 붙어있던 종이 정도만 남아있습니다.

교내 상가 곳곳엔 휴업을 한다는 표시가 붙었습니다.

[엄형범/교내 문구점 직원 : 오픈 시간이랑 닫는 시간을 다 1시간씩 줄였어요. 3월하고 9월하고는 원래 손님이 많이 차고 넘쳐야 하는 시즌인데…]

학교 안에서 장사하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큽니다.

[교내 음식점 대표 : 학교 밖 가게보다 더 힘들죠. 학생 카드, 직원 카드가 없으면 들어올 수가 없어요. 2학기 땐 (일부라도 대면수업으로) 완화해주면 좀 낫지 않을까.]

서울의 또 다른 대학교 앞입니다.

대학교와 가까운 지하철역인데, 올라와보니 바로 앞에 문을 닫은 상점이 보입니다.

안쪽이 이렇게 텅 비었고 전단지가 뿌려져 있습니다. 바로 옆 가게도 같은 모습입니다.

이렇게 문을 닫은 가게들, 얼마나 있을까.

지하철역에서부터 학교 정문까지 300m 가량, 상점 거리를 걸어봤습니다.

건물마다 안 닫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1층에 있는 가게 67곳 가운데 폐업한 상점이 20곳이었습니다.

바로 옆 가게는 남일 같지 않습니다.

[박세하/꽃집 대표 : 누가 문 닫았다 그러면 내 일도 아닌데 눈물부터 나. 지금도 이 말을 하니까 눈에 눈시울이…]

[최영훈/카페 점장 : '위드 코로나' 시작하면서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들을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이젠 그렇게 큰 기대는 안 해요.]

학생들도 아쉽습니다.

[최민정/대학교 2학년 : 입학 전부터 맛집 지도라고 해서 맛집들 리스트가 올라오는데 입학하고 보니까 다 없어지더라고요.]

[이혜인/대학원생 : (가게 사장님들) 가끔 뵈면 많이 하소연도 하시고. 마음이 안 좋죠.]

크게 타격을 입은 업종이 또 있습니다.

대학교 개강 기간이면 가장 북적대던 곳들 중 하나가 바로 문화삽니다.

강의 자료를 인쇄하거나 제본을 하는 곳인데요.

제 뒤에 있는 곳은 20년 넘게 영업을 하던 곳인데 얼마 전 문을 닫았습니다.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은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대목이었습니다.

[유진/문화사 대표 : 1년 중에 2번 바쁜데 그때가 3월하고 9월이거든요. 학술 세미나 없어지죠. 발표회 없어지죠. 행사들 자체가 없으니까 책자를 만드는 것도 없죠.]

이날 손님은 5명 정도.

드문드문 찾아오는 게 전부입니다.

[유진/문화사 대표 : (식당 같은 곳은) 이번에 정부 지원금도 나오고… 저희 같은 경우는 그런 업종에 들어가지도 않고.]

곧 폐업을 하려는 곳도 있습니다.

[문화사 대표 : 1980년에 왔으니까 (영업한 지) 40년 된 거죠. 10월 3일까지만 하고 그냥 바로 끝나는 거예요, 다음 주에요. 속상하죠, 뭐.]

이 대학교 후문에 있는 업체 여섯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았고, 두 곳은 다음 달까지만 영업합니다.

다들 20년 넘게 영업해온 곳들이지만 코로나19 위기를 넘기진 못한 겁니다.

[정의진/대학교 4학년 : (가게들이) 2년 안에 많이 바뀌고 참 안타까운 것 같아요.]

학기가 시작됐지만 학교도 주변 상점들도 한산한 모습이 이젠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상인들은 학생들이 돌아올 날,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을 버티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VJ : 최효일 / 영상디자인 : 조성혜 정수임 / 인턴기자 : 이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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