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력 피해자들.."무덤 파서라도 처벌하고 싶었다"

조재영 2021. 9.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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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 열 명 중에 일곱 명이 아동이나 청소년들입니다.

가해자와 함께 살다 보니 아주 어린 시절부터 범행이 장기간 반복되고, 시간이 지나서야 학대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지만, 오히려 가해자나 다른 가족들에게 침묵을 강요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고를 결심했을 땐 이미 공소 시효가 끝나버려서 가해자를 처벌할 수조차 없는데요.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세상에 나선 피해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먼저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아빠가, 오빠가… 나는 너무 어렸다.>

[푸른나비(50대)] "8살 때부터… 무슨 잘못을 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폭력이라고 생각 못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 거의 10년을…"

[명아(40대)] "6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구요. 8살에 1년 동안 성폭력이 있었거든요. 19살쯤에 다시 그게 뭔지 알게 된 거에요. 아빠가 나한테 했던 게 성적인 행위였다는 걸 알게 되고…"

[김민지(20대)] "7살 때 사촌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어요. 제사를 했을 때였는데…"

<"너 하나만 입 다물면…">

[명아(40대)] "'길가던 아저씨가 나 만졌어요'도 아니고, '아빠가 나한테 이렇게 했어요'인데… 나를 가장 사랑하고 지켜주는 아빠가 한 것도 충격인데, 어떻게 그 얘기를 할까요?"

[푸른나비(50대)] "23살 정도에 '아버지가 이랬어' 라고 하니까 (엄마가) '그나마 다행인 줄 알어', '너 하나만 입다물면 조용히 있어주면 이건 없는 일이 된다'는 식으로… 여동생한테 '내가 너한테까지 아버지가 그렇게 할까봐 견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동생이 하는 말이 그냥 '언니는 착해서 그런 거야, 그건 언니의 성격 때문이다.'

<눈과 귀를 닫고, 기억을 지웠다>

[푸른나비(50대)] "4년 정도의 기억은 극심한 성폭력은 잊어버린 상태였어요. '해리 장애'라고 그러더라고요."

[명아(40대)] "다 내 탓이구나. 내가 워낙에 부적절하게 태어났구나, 내가 사회 적응을 못하는구나…"

[김민지(20대)] "가족들이 (제사) 가는 것도 저한테는 상처에요. 내게 있었던 일을 알면서도 제사를 드리고, 같이 음식을 먹고…"

<무덤이라도 파헤치고 싶다>

[명아(40대)] "감정을 조금씩 찾기 시작하면서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화장터로 가는 버스 안에서 햇빛이 이렇게 들어오는데 너무 편하고 너무 행복한 거예요. '아빠가 드디어 가서 내가 살겠다' 이런 느낌이 들 정도로. 뭔가 무덤이라도 파고 싶은 거에요. 아빠는 아내를 잃고도 자식을 둘이나 잘 키워낸 좋은 사람으로 그렇게 죽었거든요."

<공소시효 10년, 이미 지났다>

[명아(40대)] "친족을 고소해야 되는 일이고, 그리고 법원에 갔을 때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10년, 20년, 30년 걸리는 게 당연하거든요. '왜 그때 고소 안했어?' 라고 하는데 가족을 등져야 하는 일이 되잖아요."

<우리는 친족 성폭력 '생존자'다>

[푸른나비(50대)] "어린아이한테는 부모가 나를 버린 것 이상으로 '성학대를 했다', 이거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저는 이 상황에서 '살아남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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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영 기자 (joja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02770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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