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악관, 3번째 삼성전자 압박.. "반도체 재고 현황 밝혀라"

최인준 기자 입력 2021. 9. 24. 20:06 수정 2021. 9. 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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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한 3차 화상회의를 열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반도체 재고와 주문·판매 현황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백악관은 기업들이 자료를 내놓지 않을 경우 강제적 수단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자동차를 포함한 전 산업 분야로 확산하는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명분이지만, 자칫 시장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시법까지 동원해 삼성 등 기업 압박한 미국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 시각)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주재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화상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불러 대책 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회의엔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을 비롯해 TSMC·인텔 등 반도체 제조 기업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애플, GM·포드·벤츠 등 IT 및 자동차 업체 경영진이 참석했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에게 “반도체 부족을 부추기는 특정 기업의 사재기 문제를 파악겠다”며 “45일 내에 각 기업의 반도체 재고·판매 정보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는 회의가 끝난 뒤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 요청은 반도체 공급과 관련한 업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반도체 공급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미국 자동차 생산을 지연하고, 가전제품 부족을 초래하고 있어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 정부는 반도체 업체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특정 제품 생산, 정부 정책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DPA는 한국전쟁 시절 군수 물자 생산을 위해 마련한 법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 백신 생산을 늘리고자 자국 제약사들에 이 법을 적용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생산 공백 사태를 전시 상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TSMC의 경우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갖고 있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블룸버그는 “미 정부가 냉전 시대 법까지 끌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러몬도 장관은 “(정보 공개를) 강제하고 싶지 않지만 따라주지 않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참석 기업들에 전했다”고 했다.

삼성전자 텍사스 반도체 공장

◇기업들은 난감

미 정부가 이처럼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반도체 부족 사태로 미국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자국 산업계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을 비롯해 기업 정보 제출을 요구받은 글로벌 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1급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반도체 재고 정보와 판매 현황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향후 고객사와 가격 협상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경쟁 업체에 삼성의 마케팅 전략이 노출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향후 미 정부가 자국 기업이 삼성과 반도체 판매 계약을 맺을 때 삼성의 칩 판매 관련 정보를 이용해 협상에 개입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로 스마트폰·PC·서버용 메모리 칩을 생산하고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 비중은 미미하다. 하지만 미국 내 새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전자로서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삼성전자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전체의 1%도 안 되지만 미국 내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위탁 생산) 설비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어 이번 상무부의 요청이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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