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률 82% 싱가포르와 부스터샷 선도국 이스라엘에선 왜 최다 확진자 나올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높은 싱가포르에서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거의 전국민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치고 백신 효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추가접종(부스터샷)까지 맞추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다. 일각에선 일찍부터 백신이 코로나19 극복의 궁극의 수단이 될 수 없다며 무용론까지 나온 적이 있어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이들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체 인구의 82%를 넘으며 일상 회복에 들어간 싱가포르가 최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일주일새 싱가포르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1500명을 넘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보건국은 23일 오후 12시 기준(현지시간) 신규 확진자가 1504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전체 인구가 한국의 약 9분의 1에 해당하는 589만6684명인 것을 감안하면 신규 발생 규모가 상당히 큰 셈이다.
싱가포르는 일찍부터 코로나19 방역에서 모범국 중 하나로 꼽혀왔다.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들 집단 숙소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서 잠시 위기를 맞았지만 방역 조치를 강화한 덕분에 확산세를 서서히 잠재웠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높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며 8월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명대까지 줄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점진적으로 방역 규제를 완화하는 단계적 일상회복, 즉 싱가포르판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영영 사라지지 않으니 조심스레 일상생활을 시작하며 적응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9월 들면서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미 이전까지 최다 발생했던 지난 4월 20일 기록(1426명)도 훌쩍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전파력이 3배 이상 강한 델타 변이가 유행하면서 확산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싱가포르 정부가 백신 접종을 비교적 일찍 착수해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효과가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 추가접종 진행 중 역대 최다 확진자 발생한 이스라엘
일찌감치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 등은 백신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스터샷의 예방 효과는 2차 접종 완료에 비해 5~6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부스터샷 효과가 단시간내 나타나지 않으면서 확산세를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7월 12일부터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들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시작해 8월 말부터는 12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2차 접종 이후 5개월이 지나면 3차 접종을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31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부스터샷을 시행한 초기에는 신규 확진자 수가 급격히 줄었지만 여름이 지나면서 신규 확진자가 다시 늘어 이달 초에는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1만1187명을 기록하면서 '효과가 없다'는 식의 평가를 받았다.
최근 부스터샷의 영향으로 확진자수가 6000명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신규 확진자수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스라엘에서 확진자 수가 여전히 많이 나오는 이유는 유행이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국민 경제와 생활 편의를 위해 이동 제한 등 강력한 통제 수단을 가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최근 이동 제한 같은 강력한 방역조치를 풀고 모든 상업시설과 공공시설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왔다. 18세 미만 소아청소년들은 전면 등교하고 있으며, 마스크 착용이나 미접종자의 공공장소 출입 제한 외에는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방역 조치는 거의 없다.
○ 방역 조치 완화로 신규 확진 급증했지만 백신 효과로 위중증화 감소
전문가들은 최근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한 것에 대해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가는 과정에서는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또 백신이 감염을 100% 막진 못해도 중증화와 사망에 이를 위험은 거의 대부분 막아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 보건국은 신규 확진자 수 자체만 보면 네 자릿수로 많지만 중환자와 사망자 수가 이전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보건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8일간 코로나19 감염자 1만5791명 중 약 97.9%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했다. 또한 지난 28일간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0.1%에 그쳤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된 9월 19일부터 현재까지 하루 사망자 수는 인구 100만명당 0.24명으로 나타났다.
옹예쿵 싱가포르 보건장관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감염자 대부분이 완치될 때까지 무증상이며 특히 젊은 사람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경우 치명률은 0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젊고 건강하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은 재택하며 회복하고, 위중증환자 또는 위중증화할 수 있는 환자를 병원 또는 지역케어시설에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보건당국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백신 접종완료자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사망할 확률은 0.09%, 1번만 맞은 사람은 0.76%, 미접종자는 1.70%였다. 미접종자가 접종완료자에 비해 중증화 또는 사망할 위험이 19배나 되는 셈이다. 연령별로 따져보면 69세 이하 접종완료자는 0%였고, 백신 접종과 상관 없이 29세 미만은 0%였다.
이스라엘도 부스터샷을 맞은 인구가 300만명을 넘어서며 신규 확진자 수는 6000명대로 줄었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코로나19 대유행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4차 접종을 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 백신만으로 코로나와 공존 쉽지 않아...접종 목표 달성해도 방역 정책 유지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싱가포르나 이스라엘 사례를 들어 백신 접종률에만 의존해 하루 아침에 단계적 일상회복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높다고 해서 당장 마스크를 벗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없애는 등 갑작스러운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며 "백신이 중증화를 예방하는 효과도 90%가 넘지만 접종 후 6~7개월 되면 효과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 사람이 백신을 맞으면 미접종자에 비해 위중증화 또는 사망할 위험이 낮아지지만, 집단적으로 따져보면 이론과 다를 수 있다"며 "한국보다 백신 접종을 빨리 시작한 미국에서는 오히려 치명률이 우리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는 "델타 변이 등 변이가 계속 나타나는 데다 백신 효과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며 "단순히 백신 접종 완료율이 어느 지점에 도달해야 집단면역이 가능해 방역 조치를 풀 수 있다고 단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접종률만 높이면 '위드 코로나'가 된다는 환상은 오히려 방역을 방해하고 긴장감을 풀 수 있다"며 "목표치만큼 달성하더라도 당분간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같은 방역 수칙을 잘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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