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KBS MBC 빗댄 "친여매체" 표현에 KBS 보도국장 "유감"

대선토론회 인터넷매체 비하 발언 해명과정에서 "자그만한 매체 말고" 또 언론 공작 발언…이진동 "여전히 언론관 부적절"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인터넷매체 말고 메이저언론을 통해 정치공작을 하라며 비하발언과 관련,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번엔 KBS MBC를 “친여매체”로 규정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윤 예비후보는 인터넷매체 비하발언을 사과했다면서도 여전히 “친여매체를 즉시 동원하지 왜 자그만한 매체를 공작에 활용하느냐”는 뜻이라고 말해 또 언론 활용 공작론을 폈다.

이에 KBS 보도책임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표현으로 친여매체라는 말이 공당의 대선 토론에서 여과없이 나오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뉴스버스 발행인은 윤석열 후보가 사과했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인터넷매체를 공작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유감이며 대선주자로서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지난 23일 오후 열린 국민의힘 2차 대선토론회에서 '얼마 전 인터넷 매체 비하 발언 논란이 있을 때도 언론을 덩치로 표현하더라', '메이저언론과 인터넷매체로 표현하고 인터넷 매체 이용하지 말고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나를 공격하라, 그런데 이렇게 덩치로 언론을 평가하는 머릿속 잣대가 공정한 언론관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하태경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윤 예비후보는 “그건 인터넷 매체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정치공작을 하는데 인터넷매체를 사용하지 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예비후보가 “그 자리에서 KBS MBC에 차라리 내라고도 했는데, KBS MBC가 가장 불공정한 언론”이라고 주장하자 윤석열 예비후보는 “그러니까 친여매체를 즉시 동원을 하지 왜 그렇게 자그만한 매체를 공작에 활용하느냐(는 뜻)”이라고 답했다. 다시 하태경 후보가 “매체를 크고 작고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한 생각이다.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자 윤 예비후보는 “제가 오해가 있는 부분은 말씀을 드렸는데, 나쁜 데에 쓰지말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선 2차 방송토론회에서 하태경 후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하태경 예비후보는 “나중에 변명을 (그렇게) 하는 것도 공정인가”라며 “본인 실수가 있는데, '전달이 잘못됐다'며 전달한 언론을 비판한다. 그건, 그렇게 윤 후보가 칭송하던 공정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윤석열 예비후보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인터넷 매체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표현을 두고 KBS 보도책임자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임장원 KBS 통합뉴스룸 국장(구 보도국장)은 24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진흥재단 수용자 조사나, 시사인 연례조사에서 신뢰하는 매체 1위로 KBS가 뽑혔다”며 “보도의 공정성을 높이라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시민들이 객관적 조사를 통해 신뢰도 1위로 꼽은 매체를 불공정하다거나 친여매체라고 표현하는 발언이 공당의 대선 토론에서 여과없이 나오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11일 대구 언론인 간담회에서 인터넷매체 발언 사과, 뉴스버스에는 안해

인터넷매체 비하 발언과 관련 윤 후보는 실제 사과한 적이 있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지난 8일 국회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인터넷 매체 언론공작 활용' 발언을 한 뒤 사흘 만인 11일 대구지역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윤석열 캠프가 공개한 기자들과 대화록을 보면, 윤 예비후보는 '인터넷 언론 비하 논란 관련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IT강국인 나라에서 하루하루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인데, 윤 후보의 인식의 재고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소위 메이저라고 하는 지면 구독자가 많은 그런 지면(신문)과 방송 매체나 또는 작은 규모의 또 인터넷 매체나 다 구별없이 다 중요한 기능을 하는 언론기관으로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윤 예비후보는 이날 이어 “제가 국회 소통관에서 말씀을 드리면서, 혹시 인터넷 매체를 운영, 근무하시는 분들이 불쾌하거나 상처를 받았다면, 그건 제 뜻이 잘못 전달 된거지만 어쨌든 그 얘기를 한 사람은 저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됐다면 깊이 사과를 드리겠다”고 사과했다.

윤 예비후보는 “다만 제 뜻이라고 한다면, 이게 왜 공작이냐. 공작의 근거들이 나와야하나 제 입장에서는 이게(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이) 사실이 아니고, 아무 개연성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이걸 몰아가면 이건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11일 대구에 방문해 대구지역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캠프

하지만 윤 예비후보는 정작 인터넷매체 비하발언의 대상인 뉴스버스에는 사과하지 않았다. 이에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은 2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들은 바가 아예 없다”며 “여전히 그 틀에 있다. 누구에게 무슨 사과를 했는지 모르지만 당시 언론관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진동 발행인은 “인터넷 매체가 정치공작에 이용외는 매체인 것처럼 보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며 “대선주자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용남 윤석열 캠프 대변인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SNS메신저를 통해 “지난 11일 대구 방문시 지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며 “(어제) 토론회 내용 어디를 보아도 뉴스버스에 사과했다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다른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전에 (지역언론) 백브리핑과 토론회에서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며 “뉴스버스만 찍어서 (사과)한 것이 아니다. 여당 등이 언론관을 문제제기한 것에 대해 윤 후보가 이미 해명했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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